책속 글귀로 명작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460번.
국적과 성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성 정체성은 존재하고(being), 되어가는 것(becoming)이며, 따라서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도 속해 있음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다음은 작가의 말입니다. "내가 양성인간을 소재로 택한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과 동떨어지거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쓰려고 한 것이 아니라, 진짜 현실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 작가의 시선 >> - 칼리오페는 루스 박사의 질문에 거짓으로 대답합니다. 이에 칼리오페를 여성으로 진단한 루스 박사는 호르몬 주사나, 수술을 권하며 그럼에도 생리는 없을 거라는 말을 해줍니다. 자신이 남자임을 확실히 인지한 후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떠난 칼리오페는 칼로 이름을 바꿉니다. 남자 옷을 입고 남자들의 몸짓을 익혀 가며 자신을 남성적으로 변화시켜 갑니다.
* 나는 발견의 순간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나 자신에 의한, 나 자신의 발견, 줄곧 내가 알아 왔지만 아직도 모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발견, (···)수많은 사건을 겪으며 여기 베를린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내게 이르게 되는 돌연변이 염색체의 발견.
* 나는 스스로에 대해 전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마음이 저 스스로 편집을 했고 저 혼자 수정했다. 몸의 바깥에 있을 때는 안에 있을 때와 사뭇 다르다. (···)크로커스는 몰라볼 정도로 길어져 있었다. 쭉 펴 보면 대략 2인치 정도나 되었다. 그러나 대개는 피부 덮개에 가려져 안에 들어 있었다. 그리고 털도 있었다. 조용히 있을 때면 크로커스는 거의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 내 크로커스는 감정 표현이 솔직했다. 핵심적인 사실은 바로 이것이다. 즉 크로커스의 끝에는 구멍이 없었다. 사실, 이것은 분명 보통 남자아이들과 달랐다. (···)소변을 볼 때 나는 앉아야 했다. 오줌 줄기가 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난 여자와 같은 인테리어를 갖추었다. 안쪽은 부드러워서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아플 지경이다.
* 내가 물려받은 것은 정말이지 희귀하기 짝이 없는 가보로서 다섯번째 염색체의 열성 유전자다.
* 1968년 루스 박사는 '성적 장애와 성 정체성 클리닉'을 개설했는데 (···)병원에서 판별하기 힘든 생식기를 가진 아기가 태어나면 루스 박사가 불려 가 당황해하는 부모들과 그 문제를 놓고 의논했다. 루스는 또한 성전환 환자들도 받았다. 누구든 클리닉에 오면 자기 몸을 -- 살아 숨 쉬는-- 연구 재료로 루스의 처분에 내맡겼다. 일찍이 어떤 과학자도 누려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 나는 천장에 달린 고리 모양의 전등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루스는 스탠드에 전등을 하나 더 켜고 잘 보이도록 각도를 맞추었다. 그가 나를 누르고 쑤실 때마다 다리 사이에 그 열기가 느껴졌다. (···)루스가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에 크로커스를 쥐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는 한 손으로 그걸 쭉 잡아당기면서 다른 손으로 치수를 재고 있었다.
* 그는 나를 만나기도 전에 경험으로 내가 남성 가 양성 인간, 즉 유전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5알파환원효소결핍증후군 때문에 여성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으로는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성의 성 정체성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었다.
* <hermaphrodite 1)남성과 여성의 성기와 이차 성징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 2)여러 종류의, 혹은 모순되는 요소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 유사어는 MONSTER(괴물)를 보시오.> (···)대도시의 도서관에 있는 낡아 빠진 사전에 검은색과 흰색으로 '괴물'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 "수술을 해서 네 생식기를 완전하게 만들어 줄 거다. 아직 제 모습을 다 갖추지 못했으니까 우리가 그걸 해 줄 거야." (···)나한테 클리토리스가 있다면 - 전문가가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 내가 여자애가 아니고 뭐겠는가. 청년기의 자아는 모호하고 형체가 없는 구름 같은 것이다. 내 정체성을 다른 모양의 그릇에 쏟아붓기는 어렵지 않았다.
* 나는 옷방에서 가방을 꺼냈다. (···)내 스커트와 페어아일 스웨터는 그대로 서랍에 놔두었다. 더 어두운 색의 옷들, 파란 크루넥 스웨터, 악어가죽 셔츠, 코르덴만 챙겼다. 브래지어도 버렸다. (···)루스 박사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난 그에게 많은 거짓말을 했다. 그는 잘못된 자료에 근거해서 결정을 내렸다.
* <제가 왜 이런 짓을 하게 됐는지 알고 싶으시면 루스 박사에게 물어보세요. 그 터무니없는 거짓말쟁이! 전 여자애가 아니에요. 남자애예요. 오늘에서야 그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아무도 절 모르는 곳으로 갑니다.> (···)편지에는 남자애라고 썼지만 부모님께 전하는 이 선언문에는 "칼리"라고 서명했다. 그들의 딸로서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 감정은 아직 소녀의 것이었다. (···)거울 속의 남자를 처음 본 순간 나를 사로잡은 것은 비통함이었다. 이제 끝이구나, 머리를 자름으로써 누군가를 너무 사랑한 나 자신에게 벌을 주는 것이다. 더 강해져야 한다. 이발소를 나올 무렵 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 있었다.
* 난 루스를 잘못 판단했다. 난 그가 내게 얘기를 시킨 후 정상으로 판단되면 그냥 놔둘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제서야 나는 정상이 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정상은 정상적이 아니었다. (···)정상이 정상적이라면 그냥 가만히 두면 될 게 아닌가? 뒤로 물러앉아 정상이 제 갈 길을 가도록 놔두면 그만인걸. 그러나 사람들 -- 특히 의사들-- 은 정상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 정상이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그래서 뭔가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지 못해 안달한다.
* 양성 인간은 언제나 존재해 왔어, 칼. 언제나. 플라톤은 본래 인간이 양성 인간이었다고 말했지. 들어 봤니? 본래 인간은 두 개의 반쪽으로, 그러니까 하나는 남자, 하나는 여자로 이루어져 있었어. 그런데 이렇게 나뉜 거야. 그래서 모든 이가 항상 자신의 다른 반쪽을 찾아다니게 된 거지.
* 이젠 전혀 딸이라 할 수 없는, 적어도 생긴 걸로는 아들인 나를, 그녀는 지치고 슬픈 나머지 이 새로운 사태에 대처할 기력이 없었다. 내가 이제 남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그게 내가 선택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에 대해 알기 전까지 그녀는 나를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에 대해 할 말이 없었다. 잘 굴러가던 인생이 모퉁이를 도는 순간 갑자기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해 버렸다.
* 어머니는 사태를 받아들이려 노력할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일어난 일들로 말미암아 가슴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었지만 나를 위해 견뎌 낼 것이다. (···)"왜 도망쳤니, 얘야?" "어쩔 수 없었어요." "그냥 원래대로 있는 편이 더 쉬울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니?" 나는 얼굴을 들고 어머니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게 원래 제 모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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