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명작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459번.
미들섹스(Middlesex)는 성 정체성의 혼란, 전통과 현대 과학, 구세대와 신세대,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혼란을 암시하는 중의적인 제목입니다. 주인공 칼리오페는 반은 여성, 반은 남성인 그리스 신화 속 헤르모디토스와 닮은 인물입니다. 2003년 플리처상 수상작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40대의 미 국무부 직원인 칼이 자신의 삶을 회고합니다. 14년 동안 칼리오페라는 이름의 여자로 자란 칼은 어느 날 남자라는 충격적 진단을 받게 됩니다. 희귀한 5번 염색체 변이유전자를 지닌 양성 인간인 칼은 여성 성기를 가진 딸로 태어났지만 잠복 고환을 지닌 존재였습니다. 칼은 자신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3대에 걸친 선대의 이야기(근친 결혼 등)를 들려줍니다.
* 나는 두 번 태어났다. 처음엔 여자아이로, (···)그리고 사춘기로 접어든 1974년 8월, 미시간주 피터스키 근교의 한 응급실에서 남자아이로 다시 한번 태어났다.
* 피터 루스 박사의 「5알파환원효소를 지닌 유사 양성 인간의 성 정체성」이란 논문에서 나에 대해 읽어 봤을지 모르겠다. (···)「발생학과 유전학」 16장에서 내 사진을 봤을 수도 있다. 578쪽 키 성장표 옆에서 검은 막대로 눈을 가리고 서 있는 벌거숭이가 바로 나다.
* 길에 우두커니 서 있을 때도 우리 운명은 유전자의 손아귀에 있다. 유전자는 우리 부모와 똑같은 주름살과 저승꽃을 우리 얼굴에 심어 놓는다.
* 대부분의 양성 인간들처럼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 (···)나는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남자로서 생을 시작한 이래 어머니와 나는 미시간을 떠나 늘 옮겨 다니며 살았다.
* 난 최선을 다한다. 인터섹스 운동은 신생아의 성기 성형 수술을 근절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 첫 번째 성과는 세상에 양성 동체의 생식기가 질병이 아니란 사실을 일깨웠다는 점이다. 신생아 2000명 중 한 명은 정체가 불분명한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우리 양성 인간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
* 역사상 가장 유명한 양성 인간은? 나라고? 그렇게 쓰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 난 '슬픔'이라든가 '기쁨', 혹은 '후회' 같은 말을 믿지 않는다. 언어가 남성 중심적이라는 가장 극명한 증거는 바로 감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점이다. 난 미묘하고 복잡다단한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고 싶다.
* 그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깨끗한 바닷조개 같은 여성의 외음부였다. 그 부위는 호르몬 때문에 벌겋게 부풀어 있었다. (···)필로보시안 박사는 그 주름 잡힌 살을 벌리고 좀 더 자세히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예쁘고 건강한 여자아이야."
* 나는 계집아이로 자라났고, 이는 추호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어머니는 날 목욕시키면서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나의 성기에 대한 어떤 직접적인 언급도 기억나지 않는다. 은밀하고 연약한 부분으로 모든 것이 가려져 있었고, 어머니는 결코 그 부위를 박박 문지른 적이 없었다. (챕터 일레븐의 성기는 "꼬추"라고 불렸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에는 아무런 이름도 없었다.)
* 5알파환원효소결핍증은 고단수의 사기꾼이다. 사춘기에 이르러 안드로겐이 혈관에 흘러넘칠 때까지만 해도 내가 다른 여자아이들과 다르다는 건 알아채기 어려웠다. 나를 담당한 소아과 의사는 전혀 이상한 점을 눈치재지 못했다. (···)필로보시안 박사는 날로 어두워지는 눈으로 대강대강 검사했다.
* 우리는 미들섹스 거리의 주택에 닿아 버렸다. 내가 맨 처음 알아본 것은 나무들이었다. (···)미들섹스라니! 이렇게 괴상한 집에서 누가 살아 봤겠는가? 과학 소설에 나오는 것 같은 집에서,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집에서, 실제보다는 이론상 공산주의에 가까운 집에서 말이다.
* 허드슨 클라크는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해서 미들섹스를 디자인한 것이었다. (···)클라크는 문의 필요성을 믿지 않았다. 이쪽과 저쪽으로 흔들리는 존재로서의 문은 유행이 지난 것이었다. 그래서 미들섹스에는 문이 아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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