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명작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79번.
배타적이 아니라 화해와 포용을 전제로 한 페미니즘 색채의 작품입니다. 작가는 가부장적 남성 중심주의 사회를 고발하면서 그들 중심으로 왜곡된 역사를, 니베아-클라라-블랑카-알바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삶을 통해 화해를 유도해냅니다.
<< 작가의 시선 >> - 남편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된 블랑카는 그 길로 집을 떠납니다. 클라라는 딸 블랑카가 아이를 낳으러 올 거라는 사실을 예견하고 준비합니다. 블랑카는 알바가 페드로 테르세로의 딸임을 숨긴 채 살아갑니다. 클라라가 세상을 떠나자 영혼의 집은 쇠락해갑니다. 고난을 겪으면서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했음에도 에스테반의 외손녀인 알바는 영혼의 집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주인이 됩니다
* 클라라는 결혼식 이후 딸에게서 온 첫 편지를 읽는 순간 블랑카와 오래 헤어져 있지 않을 거라고 예감했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서 집 안에서 가장 크고 햇빛이 잘 드는 방을 준비해 두었다.
* 블랑카는 뱃속의 아이가 배를 쥐어짜고 갈비뼈를 걷어차며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에 친정집에 도착할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이틀이나 가야 하는 이 여행을 견뎌낼 수 있도록 충분한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 알바는 하마터면 사막 한가운데서, 그것도 오후 3시에 협궤 열차 안에서 태어날 뻔했다. 그랬더라면 그녀의 점성도에도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알바는 엄마의 뱃속에서 몇 시간 더 참았다가 외갓집에 도착한 뒤, 운세가 좋은 날과 시와 장소에서 태어났다.
* 클라라는 알바의 등을 살펴, 진정한 행복을 타고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별 모양의 얼룩을 찾아냈다. "이 아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다. 이 아이는 운도 좋고 행복할 거야." (···)알바의 검고 반짝이는 눈에는 요람에 있을 때부터 나이 든 사람의 지혜로운 표정이 담겨 있었다. 제 아빠의 눈을 쏙 빼닮은 눈이었다.
* 알바는 페드로 테르세로 아저씨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엄마가 자기를 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 아저씨가 있는 한은 아무도 엄마의 사랑을 얻을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 페드로 테르세로는 블랑카에게 에스테반 트루에바의 집을 나와 자기와 함께 떠나자고 수도 없이 얘기했다. (···)자기와 함께 떠나, 어렸을 때부터 숨겨왔던 그 격렬한 사랑을 죽을 때까지 나누자고 간청했다. 그러나 블랑카는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자기가 만일 페드로 테르세로와 함께 산다면 자신이 속한 사회 계층과 자신이 늘 누려왔던 지위로부터 영원히 추방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알바가 엄마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을 때, 알바는 엄마가 단지 페드로 테르세로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감하게 그에게 가지 않았던 거라고 결론 내렸다.
* 알바는 클라라 외할머니가 모퉁이 큰 집의 영혼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나중에 클라라가 죽은 뒤 그 집에서 꽃이나 방랑벽 있는 친구들, 장난기 많던 혼령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모퉁이 큰 집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클라라는 알바의 일곱 번째 생일날 이 세상을 하직했다. (···)클라라는 자기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짤막한 편지를 써서 자기 침대 밑의 상자 안에 아무도 모르게 넣어두었다. 다음 날 아침 클라라는 일어나지 않았다.
*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죽을 때도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한단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우리 마음 안에 있는 것일 뿐, 현실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 죽음은 탄생과 같은 거야. 그냥 옮겨가는 것일 뿐이지." (···)클라라는 자기가 저승에서 온 영혼들과 어렵지 않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나중에 이승의 영혼들과도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절대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클라라의 죽음으로 모퉁이 큰 집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세월 자체가 변해 버렸다. 클라라와 함께 혼령들이며 늘 들끓던 손님들, 환한 웃음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클라라는 세상은 눈물의 골짜기가 아니라, 신의 우스갯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신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우리가 괜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녀의 주변에는 늘 환한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 몇 년이 흐르면서 집은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정원에 신경 써서 물을 주거나 잡초를 뽑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결국 정원은 망각의 새들과 잡초로 뒤덮였다. (···)거실에서는 커튼들이 고리에서 떨어져 나가 늙은 여자의 속옷처럼 먼지 끼고 빛바랜 채 걸려 있었다.
*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알바는 자주 악몽을 꾸며 소리를 지르고 신열에 시달리다가 깨어났다. 식구들이 모두 죽어, 복도를 떠돌아다니는 희미하고 초라한 혼령들 외에는 아무도 없이 자기 혼자 그 큰 집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꿈을 꾸었다.
* 루이사 모라가 알바를 보고 반가워서 흘린 눈물을 훔쳐내며 말했다. "죽음이 네 주변에 도사리고 있단다. 클라라 외할머니가 저세상에서부터 너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큰 재난이 있을 때에는 영적인 보호자들도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 달라고 네 외할머니가 나를 보냈단다. 너는 여행을 떠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바다를 건너가거라. 거기라면 안전할 거다."
* 알바는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했다. 알바는 그 일에 대해 외할아버지를 비난했지만, 그래도 팔걸이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끊임없이 웅얼거리며 클라라와 아들을 찾는 모습을 본 이후로는 그 불쌍한 노인에 대한 애정이 돌아왔다.
<< 에스테반 트루에바의 시선 >> - 구십살까지 살면서 위험에 처한 외손녀 알바를 구해냅니다. 딸 블랑카와 페드로 테르세로의 사랑을 인정해주고 그들의 도피를 도와준 후 삶을 마감합니다.
* 클라라가 죽던 날 밤, (···)나는 클라라가 단지 이 세상에서의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고, 마침내 그녀의 영혼이 물질적인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다른 차원으로 날아갔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클라라의 죽음에는 추한 면도, 끔찍한 면도 없었다.
* 아내가 없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나는 가능한 한 빨리 죽고 싶었다. 그때는 아직도 내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로사와 클라라를 내 무덤에 안치시킨 이후로 나는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조만간에 우리 세 사람은 어머니와 유모, 페룰라 누가 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곳에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내가 이렇게 오래 살게 될 거라고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야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에필로그 >> - 외할아버지의 과거 악행으로 인해 끔찍한 일을 겪고 간신히 살아 돌아온 알바는, 아픔을 추스르기 위해 외할머니인 클라라의 살아생전 일기들을 정리해 글로 써내려갑니다.
* 나는 개집에 있었을 때 언젠가는 가르시아 대령을 내 앞에 무릎 꿇리고, 당연히 복수받아 마땅한 사람들 모두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증오심마저 사라졌다. (···)그 모든 일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짜여진 운명에 상응하는 것이었으며, 에스테반 가르시아도 그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어느 것도 괜히 존재하는 것은 없었다. 외할아버지가 강가의 갈대밭에서 그의 할머니인 판차 가르시아를 넘어뜨렸을 때 또 다른 업의 고리가 연결된 것이었다. 그 후 강간당한 여자의 손자는 강간한 남자의 손녀에게 똑같은 짓을 되풀이했고, 아마도 사십 년쯤 후에는 내 손자가 가르시아의 손녀딸을 갈대밭 사이로 넘어뜨리고, 또 다른 고통과 피와 사랑의 역사가 앞으로도 몇 세기 동안 계속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나는 각기 정확한 자리를 지닌 퍼즐을 맞추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완성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조각들이 다 제자리를 찾고 나면, (···)조각 하나하나가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가르시아 대령 역시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 우리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의 환상을 믿고 있다. (···)여러 문서를 통해 나는 많은 사건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복수를 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처절한 복수의 연장이 되기 때문에, 이제는 복수받아 마땅한 사람들 모두에게 복수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 내 임무는 살아남는 것이고, (···)지금 내 배 안에 들어 있는 아이를 기다릴 것이다. 그토록 많은 강간을 당하면서 생긴 아이일 수도 있고 아니면 미겔의 아이일 수도 있지만, 내 딸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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