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보이지 않아> 안 에르보
바람은 무슨 색일까?
한 소년이 바람의 색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길에서 만난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의 색에 대해 말합니다.
이 책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와, 이 책 제작비가 비싸겠네.'였습니다.
톰슨, 형압, UV코팅... 후가공이 엄청 들어가 있었거든요.
오돌토돌 빗방울을 표현한 페이지를 만져보던 봄이가 말했습니다.
- 아, 이 책은 느끼는 책이구나?
단순히 '손으로 매 페이지를 만져 보는 재미가 있네' 생각했는데, 단지 재미만을 위한 게 아니었던 거죠.
저마다 바람의 색을 말하던 책 속의 인물들처럼
보이는 대로 속단해 버렸다 느꼈습니다.
아이의 눈을 통해 저의 세상이 넓어집니다.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느끼는 책'이라는 것은
이 장면에서 분명해졌습니다.
엄지 손가락 끝으로 책을 꼭 쥐었다가 엄지 손가락을 가볍게 떼자 책 끝으로부터 부드러운 바람이 일어납니다.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려 봅니다.
매일 한 뼘씩 자라는 아이,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기와
우리 사이의 믿음 같은 것들.
안 에르보 작가의 <바람은 보이지 않아>는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이 어떤 것을 떠올렸을지 궁금해지네요.
그건 아마 여러분의 소중한 무엇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