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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독날 Oct 07. 2022

스마트폰 안 사주길 정말 잘했다

스마트폰 없는 유일한 10대?


중2 사춘기 아들 소풍날이다.

아침 일찍 김밥을 싸고, 집을 나서는 아들 가방에 내 스마트폰을 살짝 넣어주었다.

 


"친구들이랑 사진 많이 찍고 신나게 놀다 와! 엄마는 오늘 폰 없어도 아무 상관없어."

"폰 들고 가기 귀찮은데..."

"그래도 오랜만에 놀러 가는데 혹시 모르잖아. 잃어버리지만 말고 사진 많이 찍어와."




스마트폰 없는 사춘기 아들

중2 새 학기 시작 며칠 전 오전.

폰에 낯선 일반 번호가 뜬다.

평소에 저장 안 된 번호는 잘 받지 않는 나. 하지만 왠지 받아야 할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 예감이 맞았다.



"비상 연락망을 점검 중인데, ㅇㅇㅇ학생 핸드폰 번호가 없어서요."


"아~ 네, 안녕하세요. ㅇㅇ는 아직 핸드폰이 없습니다. 1학년 때도 온라인 수업할 때 PC버전으로 학급 밴드나 EBS 온라인 클래스, 카톡 등을 이용하면서 수업 관련 안내사항 확인할 수 있어서 특별히 수업 듣는 데 지장은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전달 사항은 어머니 핸드폰으로 연락드리면 되겠네요..."


"네, 선생님. 아이와 제가 같이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요. 또 혹시 학교 수업에 폰이 필요하면 제 폰을 하루 가져가기도 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춘기 아들 2학년 교무부장 선생님이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사춘기 아들 담임 선생님께서도 같은 내용으로 전화를 주셨다. 담임 선생님께 아이의 상황을 알려드렸다.



그렇게 시작한 중2 학교 생활도 어느덧 2학기에 접어들었다.

반에 폰이 없는 친구는 도움반 친구와 자기뿐이라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엄마와 아들 둘 다 불편함을 전혀 모르고 너무너무 잘 살고 있다.




우리 집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있다면

이런 상상을 아주 가끔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아직까지 안 사주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아이와 연락이 필요해서 폰을 사준다.

폰을 사줬을 때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왜 사주고 나서 뒤늦게 깨달을까?



"아들~! 스마트폰 필요해?"

"괜히 신경만 쓰이지 난 필요 없어. 집에 노트북으로 필요한 거 할 수 있잖아. 또 필요하면 엄마 폰 가끔씩 빌리면 되고."



아직도 이렇게 말하는 사춘기 아들이 고맙기만 하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스마트폰 사 줄 생각은 전혀 없다. 혹시 기숙사 있는 고등학교에 간다면 인터넷은 안되고 문자, 전화만 되는 폰을 사 줄 생각은 있다. 대신 공부용 패드와 노트북은 필요하겠지.




심활경 작가의 인터뷰 내용(대기자 TV)

얼마 전 <나는 이렇게 세 딸을 하버드에 보냈다> 심활경 작가님의 인터뷰 영상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아이 손에 쥐여 주는 것은 애들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문제다. 엄마 아빠가 결단해야 한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 인생의 성장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인가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사주면 안 된다. 이 기기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스마트폰을 다루는 기술적인 부분이 걱정이라면 그 문제는 성인이 되면 얼마든지 단시간에 익힐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동안 인지적인 능력이 너무 많이 떨어져 학습, 사고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시기에 배워야 할 것들을 다 놓치게 된다.


스마트폰 없이 살다 보니 주변의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며 살게 되었다.
동네 미술관의 작품도 인스타 감성으로 삼기보다는 내 몸의 감각으로 흡수하고 회고록과 소설을 즐거움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일주일 한 번 만남의 순간을 소중히 느끼게 되었고, 직접 대화를 통해 친밀감과 기쁨을 찾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 없는 상황을 불평이 아니라 감사의 마음으로 살게 된 근원은 무엇일까?
스마트폰이 없어서 불편한 점도 있고 스마트폰이 없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도 있다는 것을 삶 속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생각

휴직 후 복직할 때 큰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

그때도 그냥 집 전화 하나만 딸랑 설치해놓고 출근해버렸다.

처음에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폰이 있으면 수시로 일하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아침에 한 약속 또는 우리가 함께 정한 규칙을 못 지키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허락을 구하는 전화를 자꾸 할 것 같아서다.



 "엄마, 오늘 ---(안) 하면 안 돼?"



이런 전화받기 싫어서... 나 너무 이기적인 엄마인가?

워킹맘이었을 때 정신없이 일하는데 이런 전화를 받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 사실 크기도 했고 독립성도 빨리 키워주고 싶었다. 아이가 사소한 일 하나 결정할 때마다 엄마의 허락을 받기 위해 전화하는 것이 정말 싫었다.



어쨌든 지금은 스마트폰 없이도 두 아들 잘 살고 있고, 집에서 공부할 때는 노트북을 주로 이용하고, 단어 암기 앱이나 열품타, 콴다 정도는 집에 노는 폰을 이용하는 정도다. 두 아들이 성인이 되어 기기값에 매달 요금까지 낼 수 있는 능력이 될 때 알아서 사라는 원칙지금까지는 가지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이 원칙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다.





스마트폰에 대한 생각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많은 것을 능동적으로 배우고 생각해야 하는 시기에 스마트폰이 유익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성인인 나부터도 스마트폰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란 너무 힘들다. 오늘같이 아들 소풍날에 폰을 쥐어주고 하루 종일 폰 없이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홀가분한지 모른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 하지만 가장 힘든 일.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한 길은 참 멀고도 험하지만 그래도 내 아이를 위해 그 힘든 길도 참고 이겨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과 훈육은 동시에.
무엇을 더 많이 해주기보다는 무엇을 덜 해줄지에 관심을 둔다.
이 세상에 최고의 자녀는 없다. 최선을 다하는 부모만 있을 뿐이다.
어릴 때에는 훈육을 강조하고 사춘기 때에는 자율을 강조했다.

심활경 작가의 인터뷰 내용(대기자 TV)


https://youtu.be/PqWqiKMuJ_4


https://youtu.be/lbvyZUco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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