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다. 풀벌레들만 신났다. 낮동안은 어떻게 참고 지냈을까... 아니...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댔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 마음이 고요하지 못했을 뿐.
베란다 우수관 물 내려가는 소리만 콸콸콸~
덩그러니 혼자 누워있던 나에겐 너무나도 컸던 시원한 물소리. 들을 때마다 심장이 콩알만 해진다.
밤이 되면 찾아오는 적막. 앞뒤로 둘러쳐진 방범창만이 나의 유일한 수호신.
두꺼운 벽 뚫고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그리고 핑크빛 보들보들 침대 위의 나.
그렇게 24살의 나는 낯선 곳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토록 원하던 독립과 함께.
낡은 복도식 아파트.
"원룸은 무서워서 싫어! 무조건 경비실 아저씨 있고 관리실 있는 아파트로 구해줘! 응?!"
뭐 이리 철딱서니 없고 버릇없는 딸이 있었을까.
집안 형편은 어떤지도 모른 채... 마트에서 물건 사듯이 아파트도 그냥 사면되는 줄 알았던 나는 기어코 떼를 썼다.
딸 공무원 됐다고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직장에서 걸으면 1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 첫 출근해 일하는 동안 혼자서 먼 길 트럭에 짐 싣고 와서 이사까지 싹 해놓으신 우리 아빠.
그 고마움을 아직까지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고, 더 이상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24살 첫 독립의 맛!
그리고 40대가 된 지금 나의 독립의 맛!
세월은 흘렀지만 독립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하고 여전히 나를 두렵게 한다.
나의 반반 독립 이야기(설렘 반, 두려움 반)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씩 하나씩 기억 속에서 꺼내 울고 웃으며 옛 추억을 떠올려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