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평 Oct 20. 2023

칠월

07.31


추적추적 떨어지는 산성의 물방울이 침엽수의 바늘을 타고 흐른다
보오얀 숨결이 매캐한 공기를 타고 피어오른다
가련한 숲길, 야릇한 빗길, 산의 한숨이 코를 찌르고 죽어버린다
미끄러지듯 도피한다
산성의 비이커 속에서 형체도 없이 녹아 죽어버리지 않으려면 도망쳐야만 해
푸른 바늘 끝으로 눈물 한자락이 모습을 감추고
붉은 결정 사이로 스포이드 5미리의 산이 낙하한다

초침이, 분침이, 시침이 참을 수 없이 내달린다
돌다보니 적막, 어둠, 밤
어느새 열둘과 맞닿은 얼굴에 시침이 까딱인다
달, 달, 그리고 달
뭉게뭉게 피어난 노란, 거대한, 먼 전구가 빙그레레 돈다
고개를 든다

처마 밑 색동이 코웃음치며 빗길 사이를 내달린다
스러지는 밤에는 꿈이 깃드는가
꿈이 깃든 밤은 스러져버리는가
빗길에 아로새겨진 밤의 한 자락, 부우옇고, 매캐하고, 야릇한...
침엽수에 타고 오른 푸른 우산, 언제 물을 흘렸는지 모를 어느 밤의 어두운 그림자의 모습...

매거진의 이전글 보사노바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