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사랑하는 법
연말이 다가오니 문득 기억에 남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누구보다 반갑게 전화를 받아준 이는 전에 함께 근무하던 팀장님이었다.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며 잘 지내는지, 힘든 건 없는지 물었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삶 속에 담긴 단맛과 쓴맛을 주고받았다.
팀장님은 내가 보기엔 성공적으로 승승장구하며 좋은 자리에 있는 분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분에게도 고민과 어려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겐 쉽게 얻어지는 일이 나에겐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고, 반대로 내게는 어렵지 않았던 일이 누군가에겐 꿈처럼 멀게만 보이는 법이다.
대화 도중 팀장님이 물었다.
“은지야, ‘아모르파티’가 김연자 선생님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지만, 원래 어떤 뜻인지 아니?”
“글쎄요,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독일 철학자 니체가 한 말이야. ‘내 인생을 사랑하라’는 뜻이지. 인생에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그것이 내 삶이고,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모두 내 인생이니까,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의미야.”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아모르파티’라는 노래의 가사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단순히 흥겨운 트로트로만 여겼던 그 노래가 이렇게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며 이 가사가 마음 깊이 위로가 되었다. 모두가 완벽할 수는 없으니,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그리며 살면 된다는 메시지가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옆에 있으면 뭐라도 해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 모든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사람도 있다. 그럼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일까?
결국, 스스로에게 답을 내리게 되었다.
내 인생을 내가 사랑해줘야, 다른 사람의 인생에 들어가서도 사랑을 줄 수 있다.
아모르파티는 단순한 노래 제목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철학이었다. 내 삶을 사랑하며, 내게 주어진 모든 경험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법. 연말을 맞아 이 노래가 내게 가르쳐준 것은, 인생이란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가올 새해엔 나도, 그리고 당신도 스스로의 삶을 조금 더 사랑하기를 바란다.
아모르파티, 우리 모두의 삶에 찬란한 응원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