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mama May 27. 2022

회는 숙성해야 맛있다고?

왜 사람들은 활어회와 숙성회를 놓고 싸울까

수산물 회사에 다니는 나와 함께 회를 먹으러 가는 친구들은 항상 이런 질문을 한다.


"숙성회가 맛있어? 활어회가 맛있어?"


'숙성회vs활어회'의 논쟁은 본래 활어회가 주류였던 한국문화에 '숙성회'라는 문화가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물론 미디어에서도 부추긴 탓도 없진 않겠지만.


나도 회 좀 먹어봤다는 사람 중 한 명이고(그래봤자 회를 찐으로 사랑하는 분들이나 셰프님들에 비하면 발끝에도 못 미치지만) 누구보다 회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논쟁을 볼 때마다 안타까울때가 많다.

싸우기 전 한 번만, 이 글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회’는 본래 맛이 없다

보통의 요리는 여러 단계로 조리하는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맛"이라는 것을 갖는다 . 하지만 ‘회’라는 요리는 그런 조리 과정 없이 원재료 그대로를 담는 요리다 보니 흔히 말하는 ‘맛’이랄 것이 없다. 기존의 고기나 생선 본연의 재료가 가진 미묘한 맛 정도가 전부이다.



회도 숙성을 시키면 맛이 달라진다

스시에는 식감이 부드러운 숙성회가 사용된다

본래 날고기나 날생선에서는 특별한 맛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거기에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맛"을 가지게 된다. 숙성이 진행되면 회가 물러지는 대신, 특유의 향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 숙성이라는 것은 보기보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인데, 그냥 둔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계획된 방식에 따라 숙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하면 썩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대로 숙성이 제대로 된다면 평범한 음식이 미식가들도 인정하는 "별미"로 다시 태어난다. 그만큼 맛있다.



그럼 숙성회만 맛있는 회인가?

식감 좋은 활어회는 쌈으로 먹을 때 진짜 맛있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살아있는 생선을 바로 뜬 활어회는 ‘맛’이라는 것이 없다고 표현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활어회를 비교적 맛이 강한 초장이나 쌈장 등의 소스와 고명을 곁들여 먹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글을 읽었다면 자칫 활어회가 숙성회보다 별로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활어회는 숙성회가 포기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식감이다. "맛"이라는 것은 혀에서만 전달되는 것뿐만이 아니다. 씹는 맛, 단단하고 탱글탱글한 식감도 우리가 느끼는 맛의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초장에 푹 찍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쌈 싸 먹는 그 맛.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흰살 생선회에서 더욱 돋보이는 활어회의 맛은 이미 한국인의 문화 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식감이 무른 숙성회에서는 이런 활어회의 참맛을 절대 느낄 수가 없다.




맛이라는 것은 항상 주관적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분위기에도 "맛"이 있고 경험에서 나오는 "맛"도 존재한다. 다만 모든 사람은 각자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본인의 취향에 따라 그저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 된다. 무엇이 더 맛있느니 아는 척할 필요도 없고, 회알못이라 욕할 필요도 없다. 그저 취향의 차이일 뿐 무엇이 우월하고 열등하고를 구분해가며 싸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냥 각자가 선호하는 맛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모두가 맛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혼자 가 본 공포의 첫 오마카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