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새우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수산물을 알려드리는 매거진 '해적의 식탐'입니다. 수산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많이 볼 수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 새우가 있죠. 다들 한 번쯤은 보셨을 텐데요. 바로 '흰다리새우'입니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어, 수산물 러버들에겐 호불호 없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새우이기도 하죠. 오늘 해적의 첫 번째 식탐,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새우 '흰다리새우'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01. 흰다리 새우는 어떤새우?
02. 국내 새우 양식 중심에 흰다리새우가 있기까지
03. 언제 먹는 것이 가장 좋을까?
04. 흰다리새우, 이렇게 드세요
흰다리새우의 고향은 20,000km 너머에
사실, 집 앞 마트에만 가도 널리고 널린 흔한 새우이다 보니 흰다리새우를 우리나라 바다에서 잡히는 새우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흰다리새우는 지구 반대편인 중남미에서 온 외래종입니다.
어? 국산을 분명히 본 것 같은데
물론 국산 흰다리새우도 있습니다. 다만, 자연산이 아닌 전량 양식으로만 존재하죠. 우리 바다에서는 자연산으로 서식하지 않는 종자입니다. 자연산이라고 유통되는 흰다리새우는 100%수입산 냉동이며, 수입산으로 유통되는 것 중에서도 사실상 양식 냉동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살아있는 흰다리새우는 모두 '국산 양식'
수산시장이나 마트의 수조에서 빙글빙글 돌며 활발히 살아 움직이는 흰다리새우를 본다면 전량 '국산 양식 흰다리새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왕새우'라는 이름으로도 판매되는데요. 이 새우가 통통히 살을 찌워 출하되는 시점은 가을쯤(8~10월)입니다.
처음부터 흰다리새우를 양식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새우 양식은 1990년 보리새우를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하다, 1993년 이후 발생한 '흰반점병' 유행으로 양식 새우의 생산량이 반토막 난 사건이 있었죠.
흰반점병은 새우에게 발병하는 난치성 전염병으로 감염된 새우의 흉갑, 몸 표면에 하얀 반점을 생성하는 병입니다. 당시, 양식 어민들은 흰반점병에 가장 취약했던 보리새우 양식을 포기하며, 2003년 이후 대하로 품종을 바꿔 양식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생산량이 2,426톤까지 증가하며 다시 새우 양식의 성장세를 보이는 듯 했죠. 그러나 방역 대책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생산량 증가는 또다시 돌림병의 창궐에 속수무책으로 붕괴됩니다.이에 2006년부터 대하보다 생존력이 강한 흰다리새우로 품종을 대체하여 지금가지 양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흰다리새우 = 대하? NO!
지금은 워낙 많이 알려진 탓에 흰다리새우와 대하를 혼동할 일은 적어졌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흰다리새우를 자연산 '대하'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았죠. 상술인지 아닌지 의도는 확실치 않으나 일부 상인들조차도 양식 흰다리새우를 자연산 대하라고 팔기도 했습니다. 과거, 흰반점 바이러가 들어와 흰다리새우를 대체 품종으로 바꾸기 전까지는 대부분 양식 새우가 대하였고, 두 새우가 생김새 마저 비슷하여 혼동이 더욱 가중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하 출하량이 최고점을 찍은 2006년부터 '대하철', '대하축제' 등의 명칭이 생겨나고 자연스레 자리를 잡게 되면서 지금껏 별다른 수정없이 '대하'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요. 현재 자연산 대하 조업량이 현저히 적기에 가을철 축제장에서 판매되는 90% 이상은 모두 흰다리새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두 녀석은 먹었을 때 맛 구별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비슷한 외모 탓에 새우 자체의 구별이 쉽지가 않습니다. 대하와 흰다리새우를 가장 확실하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꼬리의 색'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대하의 꼬리는 흰다리새우에 비해 초록빛이 돌고, 흰다리새우는 좀 더 붉은빛이 돕니다. 뿔과 수염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곤 하나 생물 특성상, 개체마다 뿔의 길이가 들쭉날쭉하고 유통과정에서 수염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꼬리의 색을 확인하는 법을 추천 드립니다.
활새우로 먹고 싶다면, 가을(8~10월)이 적기
살아있는 흰다리새우를 맛보고 싶다면, 가을이 되기를 기다리셔야 합니다. 이 시기에 출하되는 양식 흰다리새우들이 살도 통통하게 올라 품질도 좋고, 공급량이 많아 가격 또한 저렴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부분 흰다리새우는 '가을이 제철이다'고 표현하며, 가을을 새우의 계절이라고도 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제철의 개념은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일정한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양식보다, 특정 시기에 양질의 영양분을 품는 자연산에 적용하기 적합합니다. 따라서 제철보다는 '출하 시기'라고 부르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이오플락의 등장: 제철이 사라진 국산 흰다리새우
*바이오플락: 새우의 배설물이나 먹다 남은 사료에서 생기는 암모니아가 니트로소모나스, 니트로박터 등의 세균에 의해 아질산염, 질산염으로 변하고 혐기호흡을 통해 질산염이 질소 가스로 환원되는 일련의 질산화 과정을 통해 양식하는 기술
바이오플락 기술이 등장하기 전가지는 일반적으로 지붕이 없는 노지 양식으로 새우를 키웠습니다. 새우는 보통 따뜻한 물(25~30℃)에서 양식해야 하는데 온도 변화에 취약한 노지 양식의 경우 시기를 맞추다 보니 가을에만 출하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출하되는 기간이 '제철'로 인식되었던 것이죠.
기술이 발전하면서 겨울철에도 난방을 통해 양식장 수온 유지가 가능해졌고, 이제는 계절에 상관없이 흰다리새우를 양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겨울철에 소비되는 연료인데요. 차가운 물을 따뜻하게 데우려면 지속적인 난방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새우의 단가도 함께 올라갑니다. 이론상으로는 제철이 사라진 것이 맞으나 가격과 품질을 고려했을 때 가장 먹기 좋은 시기는 '가을'이 맞습니다.
가격 변동이 적고 가성비가 좋은 '수입 냉동'
굳이 활새우가 아니어도 괜찮다면 냉동을 추천드립니다. 그 중에서도 시세가 안정적이고 가성비가 좋은 것은 수입 냉동이죠. 수입산은 전량 냉동으로 유통되며 페루, 에콰도르, 인도, 태국, 사우디,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 수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온이 높은 적도 부근의 국가에서 수입한 새우는 1년 내내 노지 양식으로 길러지기 때문에 생산량도 많고 kg당 1만 원 초반대로 가격도 매우 저렴합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냉동으로 구비할 경우, 두고두고 오래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제적 무역 이슈에 따라 안 그래도 저렴한 수입 냉동 새우의 가격이 더 떨어질 대가 간혹 있는데요. 운이 좋을 경우 도매가에 가까운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니, 흰다리새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수산물 이슈를 틈틈이 잘 챙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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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해적의 식탐 1편 '흰다리새우'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궁금한 점, 더 알고 싶은 수산물이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