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집 맛집이네
이번 출장 때는 뭘 먹으면 좋을까
속초로 출장이 잡혔다. 수산물 콘텐츠를 제작하는 직업 특성상 바닷가로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다. 난 원래 수산물을 매우 좋아한다. 회 뿐만 아니라 가리는 수산물이 없고 일주일에 최소 3~4회는 수산물을 먹는다. 하지만 그래서 일까, 출장 때는 수산물 먹기가 싫다. 특히 이번에는 잘 숙성된 돼지 고기를 먹고 싶었다. 누군가는 "속초까지 가서 굳이 돼지고기를?" 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일하러 가서는 수산물이 먹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아뿔싸. 같이 간 다른 직원의 변수를 생각지 못했다.
"속초에 진짜 맛있는 생선조림집이 있는데, 무조건 거기 가고 싶어요!"
이 친구는 4년 째 매주 지방으로 출장다니면서 생선만 보는 친구인데, 생선이 질리지도 않나 보다.
다른 사람이 하자고 하는 것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나는, 싫다고 말하지도 못했다. 결국 그 친구가 가고 싶은 생선조림 집으로 갔다.
이미 TV에 몇번 방영 됐던 집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맛있는 집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같이 온 친구의 소원대로 생선조림을 시켰다. 사장님의 설명을 자세히는 못들었지만, 동해안에서 흔히 '잡어'로 취급되는 작은 생선이 몇 종류 나온다고 했다.
어? 왜 맛있지?
내일 새벽에 배를 타고 나가는 것에 대한 슬픔을 한창 토로하고 있을 때, 생선 조림이 나왔다.
그런데, 보자마자 '생선조림을 왜 먹지?'라는 생각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거 다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많은 양은 내 눈을 이미 만족시켰고, 저절로 숟가락이 움직이게 만들었다. 첫입을 먹고 바로 "이거지!"라고 말했다. 같이 갔던 다른 직원은 미소를 지었다.
비린맛을 싫어하고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양념과 야들야들한 생선살은 배고픈 나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허겁지겁 먹다보니 어느새 숙성 돼지고기는 내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 문득 든 생각. '어? 왜 맛있지?' 분명 나는 생선조림이 딱히 먹고 싶지 않았는데... 역시 사람은 간사하다고 느꼈다. 아니, 내가 간사한 건가...
내일 새벽부터 일정이 있으니 술은 참으려고 했으나, 결국 참지 못하고 소주를 시켜버렸다. 출장만 아니었다면 분명 과음을 해버렸을 것이다.
다 쓰고 보니 식당에 돈 받고 쓴 광고글 같지만, 안타깝게도 1원도 안 받았다. (못 받은 걸까..?)
아무튼 결론은 생선조림이 매우 맛있었다는 것.
다음에 속초를 방문한다면, 또 방문해보고 싶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글을 썼더니 또 배가 꼬르륵 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