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흑백으로 보이는 순간
한 겨울 1월의 어느 날...
흰 셔츠에 코트만 입고 한 건물에서 나왔다.
나오자마자 온몸에 긴장이 풀어졌다.
자신 있다는 말, 할 수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되뇌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자신 없다고 외치고 있었다. 거짓말이라는 죄책감에 또 나를 탓한다. 악순환이었다.
잠시동안 정처 없이 걸었다. 나는 갈 곳이 없었고, 잠시동안 카페에서 몸을 녹이고 다시 나왔다.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를 기다리는 옆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뭐가 저리 즐거울까... 난 웃을 일이 하나도 없는데'
알고 있지만... 저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내 시야는 모두 흑백이다. 머릿속도 온통 흑백으로 번졌다.
보행자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는 순간 모두 나와 반대로 걸어간다.
'이게 맞나...?' 하는 불안감이 온몸을 감싼다.
걸음이 누구보다 빠른 나지만 이 길이 맞나... 틀리다면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검정구두를 신은 발걸음이 한없이 느려진다.
아니 사실은 신경이 곤두서서 미칠 것 같다. 왜 날은 또 추우며 얼굴은 벌게지고 콧물을 흘리는 내가 안쓰럽다.
열심히 했다고 다독이지는 않더라도 늘 스스로를 채찍질한 내가 사실은 안쓰럽다.
본인조차 스스로에게 잘해주지 않았다.
시간은 빨라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지금 당장 낼 힘은 없지만
그래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