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프게 해서 미안해... 더 행복해지자
월이가 혈액검사를 하러 입원실로 들어가고 병원을 나오면서 순간 안 좋은 생각 때문에 불안감에 휩싸였다.
'내 판단이 잘못되었으면 어떡하지...?'
'잘못된 판단으로 수술이 잘 못되면 어떡하지...'
'이 병원에서 하는 게 맞나..'
'적은 확률로 못 깨어나면 어떡하지..'
'애가 이가 없어서 불행해지면 어떡하지...'
동물병원을 나오니 미안함과 불안함이 요동쳐 눈물이 쏟아졌다. 다행히 마스크에 가린 채 월이가 없는 집으로 돌아왔고 수술 들어가기 전 연락 준다던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검사 잘 마쳤고 이제 수술 들어간다며 수술 후에 마취에서 깨면 연락 드릴테니 너무 걱정 말라는 수의사선생님의 한마디가 어찌나 안도가 되던지...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지만 나는 또 내일을 해야 한다.
몇 시간이 지나고 나를 다독이듯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수술 잘 끝났고 마취에서 잘 깨고 회복 중이라는 연락이었다.
새벽 6시, 오후 4시 동물병원 톡으로, 오전 오후마다 회복 중인 월이의 모습을 찍어 보내주셨다.
고단했는지 월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고양이의 눈물은 다른 원인일 뿐 슬퍼서 흘리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그런 것 같은 느낌은 왠지 모를 미안함 때문이었다. 나로 인해 괜히 더 아픈 게 아닌가.. 하는 )
수술직후 처음 면회를 갔을 때 피에 엉켜 붙은 털이 마음이 안 좋았다. 퇴근하고 귀가할 때면 현관까지 울며 나왔을 월이가 병원 케이지 한쪽에서 기운 없이 웅크리고 있었다. 나를 알아본 건지 '너 때문에 정말 아프잖아'라고 원망하는 것처럼 누구도 주지 않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나를 두고 왜 이제 왔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입원기간 동안 하루 한번 꼬박 면회를 갔다. 나름 시간일 지날수록 기운도 차리고 밥도 조금씩 먹는 모습에 안도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잠만 자서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닌지, 괜히 발치를 한건 아닌지' 식구들의 걱정을 샀고, 주보호자인 나의 판단에 의심을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며칠 지나자 본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온 듯 조금씩 밥도 먹고 가끔은 기분이 좋은지 뛰었다. 덕분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월이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적어 보았다.
올해에 가장 걱정되고 불안했던 몇 달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배운 것은 있었다.
사람은 한고비 넘기면 또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미뤄도 변하는 건 없으며 어떠한 선택을 해도 후회는 따른다. 그 과정에서 불안과 조급함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 졸이고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지금 나의 고양이는 내 옆에서 편하게 잘 자고 기분 좋을 땐 잘 뛰어다닌다. 때로는 창가에 있는 캣타워에서 낮잠도 즐긴다. 이빨은 앞니를 제외하고 하나도 없지만 나를 원망하는 눈빛이 아닌 애정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더 이상 이빨이 없어도 문제 될 건 없다. 그 걸도 고개 하나를 넘어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