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집

<마비에 관하여>

by 수풀


마비가 되어본 적 있니?

피부과에 가면 마취 연고를 얼굴에 두껍게 발라줘.

치과에 가면 잇몸에 주사를 놓아주지.


그거 말고

다른 마취 경험 있어?


난 있어.

얼굴. 것도 두 번.


사람들은 그걸

안면마비, 벨마비, 구안와사라고 말해.


괜찮았냐고?

안 괜찮았지.


서른 초반 여자 얼굴의 마비는 쉽지 않으니까.

눈이 감기지 않고 맛이 느껴지지 않아. 특히 단맛.


엄청 달은 초코맛 아이스크림바를

한입 물었는데 고무맛이 나더라니깐.


그래서 힘들었냐고?

힘들었지.


모두 비뚤어진 내 얼굴만 쳐다보는 것 같더라.

특히 제멋대로 감기는 눈과 씰룩거리는 입은

감당하기가 벅찼어.


일 년에 한 번씩 마비가 찾아와.

안도하면 불쑥 찾아오지. 불청객처럼.

하나도 반갑지 않은데 말이야.


그때 느꼈어.

입고리만 올라가면 좋겠다.

눈만 감겨도 좋겠다.


어느 날,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사랑하는 이에게 더 환희 웃어줘야지.


하루는

거울을 보다가

더 쳐지는 얼굴을 보며

나는 지쳐 울었어.


한번 마비된 신경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가 어렵대.


어쩌겠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것뿐.


이런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 주겠어.


통속적이지만

그게 사실인걸.


그러니 혹시

입꼬리가 움직이고

눈이 잘 감긴다면


거울을 보고 환하게 웃어줘.

언제 앗아갈지 모르는 행복이니까.


마음마저 삐뚤어지기 전에

나는 나를 사랑할 거야.


나를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사랑해.



금요일 연재
이전 02화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