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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의 전성시대 Jun 18. 2024

나도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
좋습니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중학교 독서 수업이 바로 있어 헐레벌떡 날아갔다. 다행히 3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 학교 근처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초행길 낯선 동네에서 짧은 시간에 끼니를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차도 주차 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동네를 한 바퀴 다 돌아도 찾기 어려웠다. 다행히 학교 바로 옆 골목 반지하에 진짜 작은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고 더 작은 주차 공간도 있긴 해서 선택의 여지없이 점심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들어갔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라고 들어간 가게는 유명한 맛집이었다. 배달 주문이 밀리고 매장 안이 작은데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빵 안 좋아하는 나도 맛있다고 느낄 정도니 찐맛집 인정!



 그러나 이 집에 다시 오겠냐고 묻는다면 재방문하진 않겠다. 일하는 여자 두 명의 얼굴은 친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주문하겠냐고 묻는 말에 친절함의 결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영어 천지의 모르는 단어 투성이의 주문표를 보고 질문했더니 "저 위 사진 보시고 주문하세요!" 하는 거다. 싸지도 않은 이 집의 음식에 대해 한 번 물었다가 엄청 무안했다. 다시는 무안함을 돈 주고 사러 오진 않겠다. 



 호주에 있는 둘째 아이는 수학바보에 아직 영어가 원활하지 않다.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데 하필 주문받고 계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원래는 같은 사장님의 카페에서 올어라운더로 일하다가 베이커리 카페로 스카우트되어 지금의 일을 하고 되었다. 


 처음 아이는 호주 동전 구분부터 돈계산 하는 것이 어려워 무척 고생했다고 했다. "사장님이 왜 나한테 이 일을 시키는지 잘 모르겠어. 영어도 못하고 계산도 못하는데 말이야." 얼마나 수학을 못하는지 사장님이 이제는 "수학천재"라고 부르신단다. 참 현명하신 사장님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큰 아이가 가서 "동생이 일을 너무 못해 죄송해요."라고 하니 사장님이 "ㅇㅇ씨는 어떤 손님이 와도 생글생글 웃으며 아주 상냥해요. 그래서 이 일에 아주 잘 맞아요." 하더란다. 

 동의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처럼 아마추어 같더라도,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든다. 간혹 기억에 오래도록 남기도 한다. 마치 이 샌드위치 가게의 무안함이 내게 오래 기억에 남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상냥하고 친절한 교사를 좋아하겠지. 재미있고 엄한 나의 교사상에서 상냥하고 친절한 교사의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해 봐야겠다. 부디 아이들이 그 모습을 더 무서워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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