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몽골소녀
울란바토르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팀은 짐을 풀기도 전에 마트부터 찾아 들어갔다. 다음 날 몽골교회 성도 120명분의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재료를 찾고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리 팀엔 요리고수가 2명이나 있어 걱정은 없었지만 고비의 여정으로 모두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말 안 듣는 몸을 이끌고 저녁 늦게 까지 야채를 썰고 다듬고 절이고 고기까지 재어놓으니 늦은 밤이었다.
다음날 일찍 출발한 우리는 전사 같은 모습으로 재료를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요알못인 나를 제외하고 모두들 식당으로 향했고 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아침예배를 드리러 온 아가들이었는데 특히나 쌍둥이가 너무나 귀여웠다. 3살인데 엄마는 한국분이고 아빠는 몽골분인데 두 분 다 아이를 낳고 한국으로 일하러 가셨단다.
몽골에서 일하면 한 달에 15만 원 남짓인데 한국으로 가면 200만 원은 버니 이들에게 한국은 꿈같은 나라일 수밖에 없다. 몽골여자들이 한국에 오면 주로 이삿짐 센터에서 일하는데 쌍둥이 엄마도 3년째 이곳에서 일한다고 했다. 아기들은 친할머니가 키우고 계셨는데 아이들이 낯선 사람도 잘 따르고 사랑스러웠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의 간식이 필요할 듯해서 근처 마켓이 있냐 하니 제일 키가 큰 소녀가 다행히 영어로 소통이 되어 우리를 마트로 데리고 갔다. 대략 30명분으로 낱개 포장된 과자와 빵류로 사려고 이것저것 골라 담았다. 그런데 이 소녀가 자꾸 내 근처를 돌며 근심 어린 얼굴로 따라다니길래 먹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가 하고 나도 한 번씩 쳐다보았다.
그러다 소녀가 갑자기 내 팔을 잡더니 "Do you have the money?" 하며 심각하게 물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몇 초 멍해 있다가 "우하하하하하"하며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소녀가 내 주위를 어슬렁 거린 건 내가 돈이 없을까 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얼마 만에 이런 소리를 들어보는지 모른다. 나에게 "돈 있어?"하고 묻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나는 돈이 없으면 아예 쇼핑을 안 하는 사람인지라 이 질문이 참 신박했다. 나는 소녀에게 "I don't have the money." 하며 울상을 지었다. 소녀는 내가 산 과자들이 비싼 거라며 매대 앞에 있는 젤리를 가리키며 그걸 사라고 했다.
난 이 소녀의 마음에 너무나 감사했다. 사실 비전트립을 갈 때면 더 사달라고 조르거나 눈빛으로 사인을 보내는 경우가 있어 곤란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소녀는 선물이 아닌 나를 살피며 걱정해주고 있는 거였다. 난 음료까지 더해서 푸짐하게 간식을 사서 준비했다.
마치 이 어린 몽골 소녀는 내 친구 같은 느낌으로 나와 함께 하루를 보냈고 다시 만날 날을 약속했다.
또한 식당에서는 푸짐한 한국음식으로 120명의 몽골분들에게 매우 행복한 시간을 선물했다. 몽골의 자연뿐 아니라 몽골인들에 대해서도 좋은 인식을 갖기에 충분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