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여정을 함께 해온 학부모님들이 있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누며 한해 한해 마치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마음을 쌓고, 한켜 한켜 추억을 쌓아왔다. 그럼에도 교사는 교사고, 학부모는 학부모란 생각이 있었다. 진짜 죽었다 깨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학부모를 경험하면서, 교사의 자살로 사회적 파장을 한 번씩 겪으면서 이 생각은 아주 단단해졌다.
이런 학부모들과 1박 2일로 북스테이를 떠났다. 오고 가는 농담 속에도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었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러웠다. 작은 것들에도 감동하는 모습은 사랑스러운 아이들 같았다. 한분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여행 가는 것이라 했고, 코로나 전에 같이 갔었던 분은 이번에 두 번째라며 감사하다 하셨다.
용문사 근처 서점이자 출판사인 <산책하는 고래>에서 숙박을 하는데 책방지기님의 센스가 곳곳에 돋보여 예쁜 소품과 책이 가득했고, 맛 좋은 커피에 꽃차에 조식까지 행복한 여행을 위해 노력해 주셨다. 페르시안 개냥이 앨리스와 분위기 있는 페치카까지 따뜻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치 어느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어머님들의 대화의 주제는 매우 변화무쌍했다. 건강부터 운동, 아이들, 맛집까지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기가 막힌 리액션도 서로에게 해주었다. 눈을 맞춰주고 주제에 따라 솔직 담백한 가슴의 이야기를 꺼내어 대화하는 그들을 보며 아마도 내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나 보다.
어마무시한 양의 음식을 사서 데코레이션을 하고 사진도 찍고, 맛있게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하고 또 했다. 페치카 속 나무 타는 소리를 들으며, 책으로 둘러싸인 다른 세계 같은 공간 속에서, 간간이 들려주는 앨리스의 소리와 와인의 향기를 음미하고, 서로의 부드러운 마음에 취했다.
금세 밤이 되었고 삶과 책, 그 어느 사이에서 우린 생각하고 삶을 사유했다. 잘 살고 싶은 목적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같은 바람이 우리를 하나로 엮어준 것이리라! 늦은 밤까지 수다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잠이 들었다. 학부모와 함께 자면서 이리 편히 잘 수 있을까! 아주 숙면하며 잘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아침인사를 나누며 전혀 어색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 그냥 존댓말 하는 친구와 함께 여행 온 듯한 느낌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용문사를 다녀오면서 한분씩 개인적으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서로 다른 삶을 살지만 공통점은 왜 이리 많은 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면서 예민한 내가 엄청 맘 편히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와, 다들 어렵고 피하고 싶다는 학부모와 여행을 이리 편히 다녀와도 되는 건가?' 하는 웃픈 물음과 함께, 어려웠을 선생님을 이리 따뜻하게 품어주시고 아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나의 노력보다는 어머님들의 노력으로 이런 관계가 가능했을 것이다.
사실 교사와 학부모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아군이다. 서로 적군처럼 대치한다면 결국 희생당하는 것은 아이일 것이다. 세상 잘난 권위적인 교사도 필요 없고, 도끼눈을 치켜뜬 학부모도 필요 없다. 여기서 주인공은 둘 다 아니고, 온전히 자라나는 학생들이다. 아이들의 가르침의 자리를 서로가 꽉 채워 상생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바른 목적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교사와 학부모가 이런 여행 속 우리의 관계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장에서 아이를 가르치며 애쓰는 모든 교사들과 그 교사를 믿고 의지하며 자녀를 바르게 사랑하는 학부모님들 응원합니다. 그리고 <DCM spin off> 사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