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색함을 벗어나는 방법

by 영자의 전성시대

수년째 나는 복잡한 생각보다는 단순한 삶을 선택하기로 마음먹고 지금껏 노력 중이다. 분석하자면 삶을 나누면 일상이 되는데 일상을 세분화하면 일, 교회, 가정 단순하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세 가지의 바퀴를 단순하게 열심히 굴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단순함의 세계를 침범하는 물음이 생긴다.


그 물음을 쫓아 계속 복잡해버리면 시나브로 내 삶이 초라해지며 스스로가 궁색해지게 되더라.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복잡해져 궁색함을 느끼는 건지, 궁색해져서 단순함을 선호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하게 살자>라고 스스로가 다짐하며 복잡하지 않으려 무척이나 노력하며 살게 된다.


이런 방어적 자세와 더불어 궁색함의 공격이 들어왔을 때 사랑하는 자신을 보호할 보호장비가 필요함을 느꼈고 내가 무얼 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반복적 경험으로 제일 확실한 몇 가지를 터득했다.


첫째가 일그러진 나로 인해 마음이 죽을 것 같을 때는 떠난다. 어디로든 조용히 떠나서 마음의 눈에 쓰인 일그러진 비닐을 떼어내는데 집중한다. 작은 일에도 웃고 평범한 자연에도 감탄하며 쓰인 비닐이 티처럼 작고 무용함을 깨닫는다. 효과가 기가 막히다. 거의 대부분 회복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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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내가 시들해졌거나 부끄럽다는 감정이 들어오면 오늘처럼 눈과 마음에 쏙 드는, 커피향내가 짙은, 책장과 책이 최고의 인테리어인 그런 곳에 앉아 쉬는 것이다. 손에는 글을 쓸 수 있는 노트북과 읽고 있던 책 한 권과 뭉글뭉글 김이 나는 짙은 고동빛 커피 한잔이면 충분하다.


그 순간의 설렘이 내가 살아있음을, 아직 죽지 않았음을 인지하게 하고 늘어져 있던 내 눈빛을 다시금 빛나게 만든다. 잠시 멈췄던 손가락은 카페인의 힘으로 연실 두들기며 글로써 나의 회복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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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가끔이지만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고, 이런 곳을 알고 있고, 갈 수 있는 몸뚱이가 나에게 있음에 감사한다. 많은 돈은 없지만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의 돈을 갖고 있고, 옆에는 나와 함께 이 시간을 즐겨줄 지인이 있음에도 없음에도 감사한다.


이러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나한테 남은 게 뭐가 있어?'라던 졸렬한 마음이 '내가 가진 것이 있구나'의 품위 있는 마음으로 변화한다. 노력해도 안 되는 '궁색한 나'보다는 '노력하고 있는 나'가 훨씬 멋지다.


죽을 때까지 인생을 결론 내지 말자. 나라는 사람은 이미 결정된 삶처럼 보이나 실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거창한 무언가가 다 될 것 같았던 어린 날의 꿈도 아니고, 해도 해도 안되지만 하다 보면 뭐 하나라도 하겠지라는 젊은 날의 막연한 신념도 아니다.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하지 않아도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벅찬 인생이 되어 있더라.


쓴 경험도, 단 경험도, 짭조름했던 기억도, 설탕처럼 녹아내리던 순간도 모두 벅찬 인생의 양념이 된다. 이리 말하다 보니 마치 김형석 교수의 <백 년을 살아보니>의 한 구절 같지만, 백 년까지 안 살아봐도, 복잡한 생각으로 단순하게 살기만 해도 느껴지는 바가 탑처럼 쌓인다.


기억하자. 내 탑에 쌓인 것은 궁색하지 않다. 빛나는 내 탑을 자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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