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안에서]02. 나는 하자인간입니다

by 늦울림

'외로움과 분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쓴 채로'



​상담실을 나온 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각과 마주해야 했다.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말하기 어려운 고독감

그 감각의 시작은 얼마 전 회사에서 있었던 작은 사건에 대한 언급에서 시작됐다.


얼마 전 회사에서 있던 일들과 회식자리에서 있던 작은 에피소드로 나는 그동안 느끼고 있던 소외감이 증폭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함께 내가 어려운 부분들을 떠안아야 하지 않나 하는 부담감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상담실안에서 나는 그 상황과 이야기를 꺼냈고 선생님은 내게 자괴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비난할게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이 그렇게 나온다면 되려 내가 상대를 비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으셨다.

그리고 어려운 일을 왜 내가 다 떠안아야 하냐며 다른 사람들도 있지 않냐고


나는 왜 내가 이 모든 걸 다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선생님이 던진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순간에 나를 지목해서 맡아주기를 기대한다 해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상황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조망해 보고 정리했다.

소외감에 대해서는 그리 길게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선생님은 그 소외감에 대해 물으셨고 나는 그건 원래 갖고 있던, 그러니까 태생적인 결함이라고 이야기했다.

타인과 일정 경계(조금 친한 지인) 그 이상을 넘을 수가 없다고

누군가가 그 이상으로 나를 경계 안으로 들이지 않는 건 내가 가진 결함 때문이라고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감을 가진 사람이라서.

​마치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 벽을 두고 사는 것 같다. 웃고 떠들 수는 있지만, 결코 그 벽을 넘어 서로를 만질 수는 없는.

그 벽은 항상 내 옆에 세워져 있다.

내게 노력을 하는지 여부를 묻는 선생님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고 , 그걸 결함이 아닌 노력의 문제로 보는 게 싫었던 것 같다.

'내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구나'

'하더라도 정말 작은 노력밖에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그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건데

노력한다 해도 어쩔 수 없어서 나는 내가 비참하다고 느끼거나 낙담하지 않을 정도의 노력만 하는 거라고, 아니 거기까지만 할 거라고

결함이 아니라고 , 개인의 특성이라는 말들로 순화하려는 선생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상담실을 나와 걸어가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나는 정말이지 혼자라고, 세상에 나 혼자뿐임을 온몸으로 느끼며 걸었다.



불쑥 익숙한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분노였다.

​그리고 그 분노는 언제나처럼, 가족을 향해 있었다. 외로움과 분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쓴 채로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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