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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oo Oct 11. 2021

언어별 상이한 관점

같은 것을 지칭하는 단어의 다른 인지적 관점

우리가 처음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개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습득한 후에 그 언어를 매개로 새로운 언어를 배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미 습득한 언어의 발음을 기초로 새로운 언어의 발음을 배우고 의미도 그런 식으로 배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apple이라는 단어는 애플이라는 소리로 배우게 되는데 이렇게 소리를 배우면 배울때는 쉬운 것 같지만 실제 영어의 소리와 차이가 있어 정확한 발음을 내기 힘들다. 의미에 있어서도 department store가 백화점을 지칭하는 것으로 외우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두 의미간에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 영어의 department store는 파트를 나누어 놓았다는 관점에서 본 것이고 백화점은 물건이 많다는 관점에서 본 것이다. 언뜻 보기엔 그냥 외우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의미를 확장하게 될 때 문제가 생기게 된다. 즉, 회사의 부서라는 의미로 department라는 단어를 쓰게 되면 백화점과의 관련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새로 의미를 암기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게 된다. 


이런 현상이 우리말과 영어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언어 간에는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hair dryer를 중국어로는 电吹风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전기로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로 영어에서는 전기기기의 목적의 관점에서 이름을 붙인 것이라면 중국어는 기능의 관점에서 붙인 이름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예로는 영어의 reading glasses는 중국어로는 老花镜이라 부르는데 여기서도 영어에서는 안경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읽는 안경이라는 의미로 썼고 중국어는 노화가 와서 눈이 잘 안 보일때 쓰는 안경이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름을 붙이고 있다. 중국어와 영어 외의 사례도 하나 들어 보면, 앞서 얘기한 department store를 프랑스어로는 grand magasin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큰 상점이라는 말로 프랑스어로는 크기의 관점에서 본 것이다. 이 처럼 단어의 관점의 차이는 우리말과 영어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 간에는 관점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 문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단어에 적용이 되는데 더 심각한 문제는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의미만을 갖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영어의 run을 '뛰다'라는 의미로 암기를 하면 A river runs through it과 같은 문장이나 run a company같은 표현을 이해하기 어렵게 되고 반대로 영어 사용자의 경우 뛰다를 run으로 알고 있으면 심장이 뛰다, 물가가 뛰다, 바늘 땀이 뛰다와 같은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영어의 경우 약 47%에 해당하는 단어가 여러 개의 의미를 가진 단어 즉, 다의어로 알려져 있으며 나머지 단어들은 전문용어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울수록 이러한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의미가 나오면 동음이의어처럼 암기를 하라고 조언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기억의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의미가 여러 개로 늘어날 경우 알고 있는 의미를 하나씩 대입해 가면서 어떤 의미가 맞는지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의미 선택의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에 영한 사전을 보면서 하나의 영어 단어가 여러 의미를 가지게 되는데 그 의미들 간의 관계가 서로 상이한 것을 보고 의문을 품게 되었다. 예를 들어, address는 처음에 주소라는 의미로 암기를 했는데 후에 연설하다는 의미로도 쓰이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주소와 연설하다는 의미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였다. 이후 시간이 흘러 대학에서 영문과 수업을 신청해서 듣던 중에 어떻게 전치사의 많은 의미들이 서로 연관되는지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예전에 품었던 궁금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이 수업을 담당하셨던 교수님은 어떤 전치사가 가진 본래의 의미를 원형적 의미라고 표현하셨고 그 의미가 시간이나 공간적 변화 또는 추상화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의미로 파생되는 과정을 설명하셨다. 예를 들어, about이라는 전치사는 어떤 사물의 주변을 의미해서 여기저기 등의 의미로 쓰이는데 시간적으로는 특정 시간의 주변을 의미하게 되어 약이라는 의미가 되고 추상적으로 쓰이게 되면 어떤 사물이 가진 속성이라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나서 공부를 마치고 기업에서 일을 하던 중 얼마간 시간이 나서 영어 단어에 대해 연구할 계기가 생겼고 그 때 영어 단어의 의미들 간의 관계에 대해 깊이있게 연구하면서 영단어의 의미들 간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화된 도구로 의미나무라는 것을 만들었고 그 뿌리에는 어원을 두고 뿌리에서 큰 가지들이 뻗어 나오고 그 가지에서 다시 작은 가지들로 뻗어 나가면서 의미들이 확장되는 과정을 표현하였다. 현재 우리가 사전에서 보는 것을 표면적인 의미라 볼 수 있고 그 저변에 본질적 의미가 있고 거기서 파생되어 큰 줄기의 의미 그리고 작은 가지의 의미들로 확장되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통해 500개 이상의 영어 단어를 분석해서 2016년 4월에 'EAT는 먹다가 아니다'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최근에도 계속 새로운 단어들을 분석해서 의미나무로 표현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작성해 잡지에 기고하고 있다. 이 브런치에서는 그 내용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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