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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진 Jul 07. 2022

그래도 무지개는 좋아!^^

저녁을 먹자마자 산책하러 나가자는 엄마와 잠시 옥신각신 했다.


“ 엄마, 지금 신갈에는 폭우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고 난리래.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는 거라니까!”


퇴근하면서 본 하늘엔, 짙은 고동색 먹구름이 빼곡하게 끼어 있었다. 구름의 틈 사이로 맑은 하늘이 드문드문 보였고, 틈 사이로 쏟아져 나오는 태양 빛에 오묘한 빛깔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름다움에 이끌려 갓길에 차를 주차하고, 마음껏 하늘을 바라보고만 싶었다.


'비가 얼마나 오려고 하늘이 저렇지'


동생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다는 말에,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후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비,였다. 구름이 지나가며 빗방울들을 툭, 툭, 아래로 털어 내고 있었다.


오묘한 하늘이었다. 한쪽에선 먹구름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고, 산자락에서 석양이 대기 중이었다. 조각난 먹구름 사이, 맑은 하늘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무지개가 잿빛 하늘에 드리워져 있었다.


얼마 만에 보는 무지개일까? 잿빛 하늘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투명한 일곱 빛깔은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고 있어서 우산을 쓰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맞은편에 걸어오는 사람들은 무지개를 볼 틈이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굳이 스마트폰을 높이 들어 사진을 찍으며, “예쁘다”라는 말을 연발하며 무지개의 존재를 알렸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광경이었다. 혼자 보기 아까워 여기저기, 그것의 존재를 알리느라,

잠시 바빴다. 전화를 받지 않는 하늘이에게 당장 불투명 창을 열면, 찬란한 무지개를 볼 수 있다고 말해주기 위해 몇 분 동안이나 애를 썼다. 그러면서 언제도 사라질지도 모를 무지개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우와! 엄마 너무 예뻐!! 신기하다!! 처음 보는 무지개네!! ”


그 말에 한층 더 충만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면 더욱더 선명해지는 무지개와 가까운 곳으로 걸어갔다. 무지개를 발견한 순간, 우리는 그동안  걷던 행로가 아닌 그저 그쪽으로, 무지개다리의 끝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릴 때, 무지개다리 밑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달려갔던 기억이 나네!”


“무지개가 뜬 날은 어쩐지 보물에 대한 집착도 함께 생겨났었는데, 무지개가 사라지면 영원히 보물이 찾지 못할 거라는 실망감이 들었었지.”


“그래서 무지개는 허상이잖아.”라고, 동생이 말했다.




허상




타로카드에 무지개가 떠 있는 카드가 있다. 컵 10. 완전한 행복을 뜻하는 카드다. 카드엔 행복한 가족의 그림이 있고, 감정을 뜻하는 컵이 10개가 무지개와 함께 떠 있다. 처음 그 카드를 보면, 누구나 좋은 의미만으로 생각하지만, 말 그대로 무지개가 주는 환상처럼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도 많다. 이 카드가 나오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완전한 행복이라는 이 카드에 무지개가 떠 있다는 것, 그리고 열 개의 컵이 감정이라는 점에서 감정의 충만한 상태는 사라지는 것, 불안정한 상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무지개는 그렇게 어김없이 곧 어둠과 함께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그 길을 걷고 있었다.


“엄마, 이거 보여 주려고 그렇게 나가자고 했던 거야? 몰랐네~ ”





석양은 더욱 짙어졌고, 하늘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았다. 집 앞 편의점에 나란히 앉아, 엄마는 평소 드시지도 않는 아이스크림을, 나는 망고 주스를 마셨다. 딱히 다른 이야기는 오고 가지 않았다.



“ 아, 좋다!!”라는 말 외엔,


너무도 선명하고 가까웠던 무지개였다. 힘껏 달려가면 그 끝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른인 우리는 아무도 그곳에 닿겠다고 달려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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