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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Apr 25. 2023

결국, 가게를 팔았습니다. 직거래 매도 성공한 방법.

미국 음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샐러드를 팝니다 (마지막 이야기)




참 수난스러운 20대 중후반을 보내는 중입니다. 이토록 수난스러운 건 과거의 어떤 선택이 잘못된 탓일까요? 그 선택의 몫을 감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토록 방황하는 것도 처음입니다만 분명한 건 여러 차례의 고통 속에서 조금은 성장한 나를 발견한 것. 좌절된 꿈에 한풀 꺾였지만 다시 일어서는 법을 터득해서인지 이제는 '파도야 쳐라! 날 부숴라!' 하고 온몸으로 맞아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성업 중인 가게를 매도한 이유


애초에 몸 값 키워 매도할 생각으로 시작(계획 2년)-돈 모아서 다시 떠나자!

주 6일, 하루 9시간~12시간 운영. 체력적 한계. 척추수술 후유증 재활에 방해

지방 인구소멸로 경기 침체 심각성을 느낌. 자본금 회수 기간이 길어짐. 차라리 매도하고 빠르게 다른일을 선택하는게 기회비용을 얻는것이라 판단.


<창업 당시 계획 & 예상>
트렌드 변화가 느린 소도시에서 경쟁력이 있는 아이템으로 선정하여 잘 키워서 권리금 받고 매도하기. 계획은 2년. 아직 이곳에는 매장에서 먹고 갈 수 있는 샐러드 전문점이 없음. 1~2군데 샐러드 전문점이 있으나 양과 퀄리티에서 압도적인 차별성이 있음. SNS 마케팅이나 스마트플레이스, 배달의 민족 같은 플랫폼 중 꾸준히 관리되는 곳이 거의 없어서 노출성 높음. 가맹창업 중 월등하게 저렴한 전수창업비용. 가맹비 X,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개인사업 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시간 절약.

 

<결과>

확실한 경쟁력으로 소도시에서 예상대로 선방

저렴한 창업 비용(타브랜드에 비해 약 2~3000만 원 낮음) => 큰 손실 X

SNS 마케팅, 스마트플레이스, 배달의 민족에 쌓인 양질의 데이터 긍정적인 순환 => 가게 매도 시 신뢰도 상승

성업으로 주변 상권 활성화 기여 => 공실이었던 이웃 상가에 카페, 음식점 나란히 입점, 맞은편 헬스장, 필라테스 센터 개업


<오류>

인구 12만 소도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함 => 아무리 잘해도 매출에 한계가 있음

식자재 값 상승 빈도가 잦음 => 러시아 전쟁과 코로나 시기 양적완화로 인해 지속적인 물가 상승

1.5명 운영으로도 버거운 자영업의 현실은 에쏘 샷 10잔만큼 쓰디쓴 맛 => 결혼도 안 했는데 젊음을 이곳에 가둘 순 없다.



모든 게 격변하는 요즘 시대에서는 중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탈출 구멍은 마련해 놓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애초에 되팔 수 있을만한 아이템을 가져와서 창업을 시작했고 비록 과거에 수술한 척추 질환 통증 재발로 인해 오래 이끌지는 못했지만 브랜드 그대로 직거래 매도 성공했습니다. 다행히도 결과적으로 큰 손실을 줄일 수 있었어요. 코로나 이후 부동산 시장의 악화로 지방 경기침체는 대도시보다 더욱 더 처참했어요. 10군데의 부동산에 전화를 돌려 매물을 내놓아도 중개인들은 "에휴.. 요즘 사람이 없는데 그래요 일단 알겠어요."라고 말할 뿐이었죠. 그렇다고 무너질 수 없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1인 운영이 버거울 뿐 도시 내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무척 좋았기에 어필할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충분히 많았어요. 그동안 쌓인 데이터와 사진을 여러 차례 수정해 가며 수개월 동안 네이버 카페를 통해 직거래 매도 게시물을 업로드했습니다. 찔러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히려 좋았어요. 브랜드 자체 양도양수 계약 가능성이 보였으니까요. 그러나 20회 이상의 업로드에도 계약이 성사되지 않자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쐐기를 박아야 했어요.


'헌 것에 대한 신뢰와 확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건 쉽지만, 타인의 것을 물려받을 때는 더욱 신중해요. 중고 물건 살 때 하자가 없는지 이리저리 따져보듯이요. 쿨거래로 계약을 이끌기 위해서는 브랜드에 가진 자부심과 함께 신뢰와 확신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게시물 제목을 바꿨습니다. '양도양수 계약시 최대 한 달 동안 옆에서 무상으로 봐드려요'

즉각 반응이 왔습니다. 한 부부가 관심을 보이며 가게를 보러 왔고 매출/매입/순이익 모두 공개 후 운영 노하우나 경영하며 어려웠던 부분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더니 4일 만에 모든 거래가 이루어졌어요. 계약 후 나 몰라라 훌훌 털고 떠나버리는 것보다 세세한 곳까지 관여하며 이 브랜드를 여전히 사랑하고 아낀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본사의 가맹점 교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 2주, 최대 한 달 동안 SNS 관리부터 디테일 한 모든 것에 인수 인계를 해드리기로 했어요. 확실히 돈독한 부부 두 분이서 운영을 이어나간다니 마음이 훨씬 놓였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성품과 매너가 좋으신 양수자 분을 만나서 계약 진행 중 트러블 없이 순조롭게 진행했어요. 오히려 빠른 진행에 얼떨떨 했지요. 새로 들어온 직원 교육까지 실제로 3주 동안 인수 인계를 하고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NEW 사장님께서 앞으로도 쭉 저는 샐러드 공짜라고 하시네요.

결론 : 협상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이 브랜드에 대한 '진심'을 행동으로 선보여야 실천적 에너지로 빛난다는 것!






► 짤막한 자영업 경험동안 깨달음

고립된 자유 속 할 수 있는 것 찾기. 다독/다상/다작.
지쳐도 운영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 주체성 확립

세상만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세상 물정 모르고 음악만 하다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부하니까 아직 세상에서 내가 배우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구나! 하는 삶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가들로부터 얻은 인사이트들.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해 보며 다방면으로 시장조사를 나서고 어떤 계획 수립해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짐. (그렇다고 사업을 또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관념으로부터 생각당하지 않기!

과거에 받은 척추수술, 통증 재발로 재활 PT를 받는데 강도 높은 노동력으로 재활에 방해.
그러나 이상하게도 기초 체력은 좋아짐. 자영업 경험해 보니 앞으로 못할 일은 없겠다는 근자감.


► 고립된 공간 속 힘이 되었던 책 구절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연구 중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15가지중 6번째.

자율성-문화와 환경으로부터의 독립・능동적 인간
비교적 생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에서 독립해 있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사랑과 안전에 의한 만족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자기 발전과 성장을 위해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 능력을 믿는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다음 글에서는 마지못해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들의 선택에 대해 느낀 것들을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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