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스블루 Jan 18. 2023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

Rainy days and mondays (어바웃 어 보이 중에서)


가끔은 한없이 늘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설거지가 아무리 쌓여있어도 빨래 바구니에 야무지게 들어가지 못해 삐져나온 양말도 모른 체하고 꼼짝 않고 영화만 본다.


어김없이 그런 날이 찾아오고 예전에 보았던 영화를 또 봤다.

휴 그랜트와 니콜라스 홀트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비주얼뿐 아니라 내용도 보석 같은 영화,

바로 <About a boy>이다.


출처  joblo.com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멋진 휴 그랜트와 미모가 포텐 터지기 전의 니콜라스 홀트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같은 또래의 아이가 나오고 전체적으로 코믹적 요소가 많다 보니 아들도 참 좋아해서 여러 번 보여줬던 영화다.


 “인간은 섬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흝어보면,

남에게 구속되기 싫어 자유롭게 사는 독신남 윌(휴 그랜트)이 우연히 알게 된 소년 마커스(니콜라스 홀트)와 엮이면서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배우게 되는 가슴 따뜻해지는 내용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우리 아들과 같이 보았을 땐 단순히 웃음을 주는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얼마 전 다시 보았을 땐, 다른 면이 더 부각돼 보였다.

우울증에 걸린 마커스 엄마의 마음 아픈 상황이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지만 자살시도를 했던 엄마를 걱정하고 오직 엄마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학교 친구들이 구닥다리라며 놀리는 옛날 노래를 전교생 앞에서 부르는 창피함도 감수하는 무모한 효도?? 랄지... 어쨌든 그런 아들의 마음 말이다.

이 장면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안쓰러워서 눈물도 찔끔 났다.


출처  youtube


-마커스는 수많은 아이들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엄마가 좋아하는 흘러간 노래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부른다.


웬일인지 뻘쭘하던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관객의 호응으로 잘 나가던 공연은 윌의 주책 때문에 관중석에서 공까지 날아오고 난장판이 되고 말았지만, 마커스의 노래는 힘겨웠던 엄마의 가슴을 빛으로 가득 채웠을 것이다.

그렇게 공연도 영화도 흐뭇하게 마무리됐다.

당연히 해피엔딩^^


모든 사람은 섬이다
하지만 실제로 섬들은 바다 밑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


자유로운 영혼이던 윌의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대사로 영화는 끝이 났지만, 뭔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노래 하나가 계속 내 귓가를 맴돌았기 때문이다.

나로 하여금 이 영화를 자꾸자꾸 꺼내보게 만드는 한 장면~


출처  youtube


-오늘도 엄마가 걱정인 마커스는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하게 한 곳을 응시하며 평소 엄마가 자주 듣던 옛날 노래를 나지막이 흥얼거린다.


Takin' to myself and feelin' old         

혼잣말을 하면서 늙은 이 기분


Sometimes i'd like to  quit                    

때로는 다 관두고 싶고


Nothing ever seems to fit                     

아무것도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Hangin' around                                      

서성거려 보아도      


Nothing to do but frown                    

얼굴 찡그릴 일들뿐


Rainy days and mondays always get me down

비 오는 월요일은 항상 날 우울하게 해


출처: discogs.com


반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묻혀버려 아쉽게 끊기고만 노래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여운이 남았다.

카펜터스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귀에 콕  박혀버렸고, 노래 하나에 feel 꽂히면 하루 종일 주야장천 듣는 버릇이 있는 나는 그날 요거 하나만~ㅎㅎ


좋은 영화는 항상 좋은 음악이 빛을 내준다.

이것이 바로 명곡의 힘은 아닐런지.

영화를 볼 때마다 정작 내용보다 음악에 빠져서 허우적대곤 하지만, 장면에 잘 녹아든 음악 덕분에 영화의 메시지가 더 오래도록 기억되는 느낌이 드는 나에게 있어 영화음악은 1000 퍼센트 중요한 존재다.



작가의 이전글 한 가지에 집중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