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
책 정리를 한다
처음에는 이 말이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책장은 항상 거실에 붙박이처럼 있어야 하고
내가 읽은 책도 책장에 모두 꽂혀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책 정리라고 한다면 보기 좋게 배열을 다시 하고 먼지 좀 떨어내는 정도랄까?
요즘 나에게 있어서 <정리>란 그냥 조금 '손보는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 일대 변혁과도 같은 일이므로
그 일이 거실 한가운데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책장에서
일어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책을 모두 빼내고 덜어내는 것 말이다!
물론 주변에 책이 넘쳐나야 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작가나 학자 그 외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사람들은 그에 따른 서적도 많이 필요하지만,
지금 얘기하는 것은 나처럼 취미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말한다.
난 그다지 학구적인 사람이 아니다.
책 읽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책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읽은 책은 모두 소장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책이란 무엇일까?
책 정리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자문해 보았다.
일에서나 휴식에서도 이 책들이 꼭 필요하고
나와 함께해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인 건지,
사실 나는 남들에게 책을 이만큼 읽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고,
음......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순도 100%의 솔직함으로 나를 내보인다는 것은 언제나 창피한 노릇이지만 속은 후련하다.
솔직해지니 뭘 해야 할지가 명확해지고, 머릿속이 싹~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나의 관심분야도 많이 달라져서 찾아보게 되는 책의 종류가 바뀌었고,
새로운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접하는 중이다 보니
현재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책들을 더 이상 읽지 않게 되었다.
읽지도 않는 책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커다란 책장이 많은 공간을 차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드디어 명쾌한 결론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