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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블루 Sep 27. 2022

오래된 내 책 보따리의 나아갈 길

책 2

붙박이가 움직였다.


이 책들이 내게서 떠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새 책을 더해갈 것이라고만 여겼을 뿐.

우선 책장에서 책을 모두 빼내어 바닥에 쌓아 올려 보니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물건의 산이다!

나는 목장갑을 끼고 한가운데에 앉아 소장할 책과 처분할 책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오늘 저녁은 배달음식 되시겠네요~~^^

내가 좋아하는 소설책 전집, 학교 다닐 때 유행하던 <세계명작 영어학습 문고  전집>이라는 일명 빨간 책,

하드커버가 예뻐서 구입한 두꺼운 소설책, 읽지도 않으면서도 선물 받았기에 갖고 있던 책,

그리고 읽을 나이가 지난 아이들 책까지...,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도 다양했던 책들이 ‘처분 zoen’으로 하나씩 옮겨졌다.

책장에 다시 꽂힌  책들은 신중한 선별과정을 통해서 살아남게 되었고 앞으로도 이 작은 책장을 빛내며  

특별할 것도 없을 나의 여가시간을 책임지게 될 것이다.


출처  unsplash



가장 처음 눈길이 갔고 희소가치가 있었기에 끝까지 갈등했던 빨간 책은 중고사이트에 비교적 높은 가격에 올렸음에도 한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구매 요청이 들어와 판매되었다.

“좀 더 높은 가격” 또는 “계속 소장”의 유혹이 있었으나 그렇기 때문에 더 신속하게 처분할 수 있었다.

가장 미련이 많았던 책을 내보내고 나면  그다음부터의 작업은 한결 수월해질 테니 말이다.

다음으로 전집류를 중고책 사이트에 차례로 올렸다.

대부분 한번 읽고 꽂아놓은 것들이라서 책 상태는 전부 최상급이었으나 (아~ 창피하다)

양심상 “세월의 흔적 있음”이라는 자세한 설명도 덧붙여 오래된 만큼 헐값에 등록을 했으니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빨리 팔려면 당연히 내려야 할 결정이었다.

내 눈에는 최상급 새책이라도 고르는 사람에게는  어차피 중고책...


마음을 비워야 공간도 비울 수 있다.



요즘은 중고책 사이트도 워낙 다양하게 접할 수 있으니 전집인지 단행본인지, 아이 책인지 성인 책인지 책의 종류와 각자의 상황에 맞춰 비교, 선택해서 가장 편한 쪽으로 처분하면 된다.

책을 중고로 내놓음과 동시에 필요하다는 지인에게도 나눔을 했고, 일정기간 팔리지 않고 지인의 선택도 받지 못한 책은 기부업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좀 더 노력했다면 판매도 가능했겠지만 내 경우는  물건 정리가 목적이었으므로 상품 등록 후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처분해버렸다.

중고 판매가 가능하고 충분히 상품가치가 있어야 기부도 할수 있으며 업체에서 가격 책정 한 만큼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으니, 아무리 물건 처분이 목적이더라도 꼼꼼하게 처리해서 조금이나마 세제혜택을 받는 현명함을 발휘해 보자!

그 외 상품가치가 없는 책들은  잘 묶어서 고물가게에 단돈 몇천 원이라도 고물 값을 받고 팔았는데, 무게만큼 가격을 책정해 주기 때문에 책 묶음이 많다면  꽤 쏠쏠한 부수입도 생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트에서 집어온 라면박스가 하나, 둘 빠져나갈 때마다 쌓아두었던 나의 책 보따리들도 사라져 갔다. 무거운 책 박스를 정리하느라 며칠을  몸살로 고생하긴 했지만, 지난날의 무책임했던 내 소비습관과 게으른 책 읽기를 반성하게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10년이 넘도록 의미 없이 끌어안고 살았던 내 책들은 이제 새로운 독자를 만나 묻어두었던 각양각색의 재미를 뽐낼 것이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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