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
나의 글쓰기는 수없는 고침의 과정이다.
그야말로 일필휘지(一筆揮之)와 같이 한 번에 양질의 글을 뽑아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다.
한 번보다 두 번이 좋고 세 번보다 네 번이 낫다.
나의 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불필요한 힘은 빠지고 자연스러워지며 담백해지는 듯하다.
수십 번의 새로 고침 후에 얻게 되는 나의 글은 그제야 조금 읽어 줄만 하다.
그전에는 누구에게도 보여 줄 수 없는 졸작이니 글을 하나 쓰려면 엄청난 보수공사를 할 각오로 덤벼야 하고, 끝나고 나면 곡소리가 절로 나오고야 만다.
동시에 대여섯 개의 글감이 제목과 함께 만들어지고 그때부터는 순서가 없다.
잡히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써가는데, 소위 "글발이 잘 받는 글” 이 가장 먼저 완성된다.
여러 글감이 앞다투어 10%... 30%... 하나씩 <완료>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은 마치 내 PC에 파일이 다운로드 되는 모양새와 같다.
파일 여러 개를 동시에 다운로드 걸어놓고 딴짓하기~
모니터의 진행창이 하나씩 사라지며 이 기특한 기계는 알아서 맡은 일을 척척해낸다.
100% 다운로드 완료.
하나, 둘, 비공개 글감에서 날개를 달고 자기 폴더로 날아가는 글들을 보고 있자면 후련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
아직 공개할 수 없었던 누더기 글감에서 어쨌든 완성되어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내 글은 전혀 새로운 모습이다.
내가 썼기에 안 보고도 외울 수 있지만 마치 처음 보는 글과도 같이 새롭다. 이럴 수도 있을까?
마치 내가 쓴 글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들기까지 하다.
난 더 이상 고치지 않아도 돼요
이제는 자랑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 강건한 느낌이다.
내 천성은 많이 고치고 오래 뜸을 들인다.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뭐 하나를 앞에 내놓기도 힘이 들지만, 이건 아마도 죽을 때까지 못 고칠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여태껏 이렇게 숨죽여 살아온 것이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도 그랬다.
도대체 <완벽하다>라는 건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그냥 내가 하기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큰 칭찬을 받기만 바라기보다 다양한 반응에도 의연할 수만 있다면 그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니다.
그래서 난 요즘 부쩍 완성해 내는 일들이 많아졌는데, 그건 내가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글을 쓰면서 수도 없이 고칠 것이다.
그 성격이 어디 갈까?
그래도 너무 오래 뜸 들이지 않고 내놓기로 했다.
내 것이 꼭 완벽해야 하는 것도, 타인의 눈치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다듬고 완성되면 그냥 보여줄 것이다.
고칠수록 좋아지는 글이라니 여러 번 완성하다 보면 그래도 완벽에 가까운 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