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윅 4>
**줄거리에 관한 이야기는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쓰지 않았어요**
3년 만에 다시 만난 존~
존 윅 시리즈의 광팬인 나를 위해 기특한 남편의 재빠른 주선으로 성사된 자리는 개봉직후에 이루어졌다.
이렇게 빨리 보게 되다니~감동^^
4월 12일 개봉일이 잡히고 들떠있는 나를 대신해서 남편이 평소에는 안 하던 영화표 예매를 해준 것이다.
미리 예매한 덕분에 일찌감치 명당자리를 잡았을 테니 존윅표 액션을 제대로 직관할 수 있겠지.
항상 영화가 정해지면 예매를 담당했듯 내가 폰을 잡으려는 찰나, 지난번 <아바타>를 볼 때는 뒷좌석에서 보는 바람에 스크린이 너무 작았다며 이번엔 앞 좌석에서 보길 바란다기에 남편에게 예매를 맡겼다.
언제나 중간이나 뒷자리에서 영화를 즐겼던 터라 H 열이나 I 열이 아닌 D 열에서 좌석을 찾게 되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지만, 뭐 남편이 원하는 것이 거대한 스크린 사이즈에 압도 한번 당해보는 거라니까 나도 느껴보고 싶어 졌다. 그 기분..
Mr. Wick , 당신의 무식한 권총질이 정말로 그리웠다고~~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왔고 설레는 일주일을 보냈다.
조금 일찍 도착한 극장 안 카페테리아에서 상영작들의 예고 영상을 보며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극중 콘티넨탈 호텔의 컨시어지(관리인) 역을 맡았던 배우인 랜스 레드딕이 얼마 전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중이 적은 조연이었으나 시리즈 시작부터 강렬하고 범접 못할 분위기로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였는데(존윅의 개와도 캐미가 좋았던) 개봉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세상을 떠나다니..
더 이상 영화 속에서 그 우직하고 든든한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안타까울 따름이다.
시리즈가 더 이어지길 바라지만 허전함이 느껴질 그의 빈자리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D열이라고 했지? 영화표를 다시 한번 보고 좌석 확인을 하는데 좀 이상했다.
3, 4번? 거기엔 분명히 그렇게 돼있었다.
D열 3, 4번….. 뭔가 잘못됐는데?
스크린을 중심으로 중간좌석들은 대체로 14,15번을 달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구석자리구나! 이럴 수가…..
미리 예매를 해서 내가 원하는 자리를 충분히 고를 수 있었는데도, 저렇게 뷰가 좋은 센터 자리가 남아도는데 스크린 모서리가 정면으로 보이는 구석자리에서 봐야 한다고? 오래간만에 작정하고 보는 영화를??
남편: “어.. 이상하다.. 분명히 가운데로 선택한 건데.
잘못 봤나? 괜찮아 괜찮아~앞자리라 이렇게 왼쪽서 봐야 자막이 한눈에 들어오는 거야~ 잘 잡았네, 자리”
나: “액션영화에 자막이 뭐 얼마나 나온다고..
이게 모야? 내 평생에 이런 극장 구석자리에서 영화를
본적이 없어. 저렇게 좋은 자리를 놔두고..”
중앙으로 들어차는 관객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계속되던 원망 섞인 한탄도 잠시, 이내 우리는 가운데 자리에서 못 본다는 사실보다 구석자리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우리 모습이 좀 처량한 기분이 들고 창피하기도 해서 얼른 불이 꺼지기만 고대하게 되었다.
드디어 영화관 불이 꺼지고 다행히 중간 쪽인 옆자리에 아무도 오지 않아서 맨 구석자리는 면하고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원치 않은 상황으로 몰릴 때가 있다.
모든 일을 최상의 조건에서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차선을 선택했어도 그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항상 똑같은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생각지도 못한 남편의 엉뚱한 실수로 한바탕 크게 웃을 수 있었고, 색다른 방향으로 영화를 보기도 했다.
다행히 영화는 만족스러웠고 불만이던 좌석도 앞자리 누군가의 뒤통수에 스크린이 가린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었으니 이 또한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다리고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반가웠어~ 존 윅!
고마워요~ 남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