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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국이 Nov 02. 2021

바보 또는 괴물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

이제 나를 찾고 싶습니다.

오늘은 2021년 11월 2일. 벌써 사무실에서 뛰쳐나와 회복의 시간을 가진 지 3주가 넘었다. 처음에 천천히 갔던 시간들도 점차 적응을 하는지 비교적 빠르게 지나간다. 그래도 사무실 시계만큼의 속도는 아니다.


지난 시간 동안 아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무실에 다녔던 시간보다 더 가쁜 일상을 보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을 보고, 주식시장을 체크하고 블로그와 SNS를 작성하고, 사업을 구상하고 저녁에는 주식 강의를 듣는다. 그렇게 밤 11시가 된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의 일을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발생한 권리와 책임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매일 혼자서 일하지만 이 생활이 외롭지는 않다. 아니 외로울 틈이 없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강박을 가지고 해야 하는 나이기에 편히 쉬고 있지는 않다. 지금도 블로그 강의를 받으러 가는 중이다.


오늘 사무실 소식을 어쩌다 듣게 되었다. 다시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면서 환멸이 일었다. 다시 지옥철을 생각하니 가슴의 답답함이 찾아온다. 사무실에서의 기억은 지금도 좋지 않다. 나의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게 고통스럽고 공포스럽다. 입사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시간 동안 나는 무척이나 많이 변해있었다. 못 들은 척, 바쁜 척, 못하는 척하는 나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다. 직장을 다니는 것이 이런 것들에 대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곳이라면 나는 직장을 다니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나에게 일이란 돈을 받았으면 해야 하는 것이었고, 나에게 직장이란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하는 곳이었다. 지금의 직장은 그렇지 못했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겐 인센티브가 아니 일이 더 더해졌고, 실수하는 사람에겐 일이 덜어졌다. 그러한 환경에서 내가 뛰쳐나올 때는 나는 2인분의 일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10년 20년도 똑같을 것 같았다. 내가 못들은 척 하는 바보가 되던지, 못 들었냐고 갈구는 괴물이 되어야 했다. 나는 바보나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곳이길 바랬다. 그건 너무 큰 이상의 세계였을까.


나는 휴식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무실로 가게 될 것인가? 그럼 나를 버려야 한다. 나를 버리고 사무실로 가는 게 맞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나의 길을 찾아가는 게 맞는 것일까? 맞는 길은 없다. 어느 길이 나를 위한 길인지 판단해야 한다. 나의 1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이든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길을 가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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