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에 벽난로가 꼭 필요한가라고 물으면 대답들이 다양하다. 비싸기만 하지 별 필요가 없다고 대답하거나 벽난로 덕분에 난방비가 절약된다는 대답까지 이유도 다르고 경험도 다른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일차적으로 단열이 잘 되는 집이라면 난로 자체가 필요 없을 것이고 작은 공간이라면 난로를 피웠을 때 너무 더워지는 탓에 곤욕을 치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는 지역이 남쪽이라면 더더욱 난로는 애물단지가 되기 쉽다. 하지만 중부지방 그중에서도 산꼭대기 거기에 더해서 단열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오래된 2층 이상의 전원주택에 살게 된다면 난로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벽난로
벽난로는 낭만과 현실사이에서 가파르게 줄타기하듯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논다. 양평에 살기 시작하면서 벽난로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사 간 집 거실에 설치하게 된 예쁜 주물 벽난로.
가격이 엄청 비싼 만큼 크고 예쁜 난로였다. 난로 앞에 앉아 불멍을 할 땐 가슴이 따스해지는 기쁨을 알게 해 준 난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덩치가 큰 만큼 장작 먹는 하마였다고나 할까? 물론 당시에 살던 전원주택의 거실이 너무 넓은 탓도 있었을 테지만 그 주물난로에 넣을 장작을 조달하기 위해 남편과 나는 통나무를 자르고 나르고 쪼개는 과정을 겨우내 반복해야만 했었다.
주보일러가 심야전기보일러였는데 아파트에 살 때 비해 훨씬 춥게 지내는데도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와 그걸 만회하기 위해 설치한 난로였지만 장작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빨라 무서울 지경이었다
남편이 발을 다쳐 장작을 직접 자르고 쪼갤 수 없었던 해엔 어쩔 수 없이 쪼갬목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계단을 올라 장작을 직접 쌓아주는 금액까지 해서 꽤나 큰 금액이 지출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의 발전된 난로와 비교해 보면 그냥 깡통난로와 다를 바 없었던 난로였다.
두 번째 난로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타내려 가는 거꾸로 타는 난로라고 했다. 난로를 연구하는 사람이 직접 만들어 파는 난로였는데 열효율이 훨씬 더 높은 난로는 부피가 너무 크고 우리 집의 분위기와는 너무 맞지 않는 외관을 가지고 있었던 까닭에 열효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불멍도 할 수 있고 그나마 깔끔한 디자인으로 고른 난로였다.
2차 발열통을 이용해 통닭구이나 통삼겹구이가 가능한 것이 매력적인 부분이었고 넓은 창으로 불멍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던 것에 반해 위의 뚜껑을 열어서 장작을 넣는 방식은 좀 불편했다.
맨 처음 장작을 차곡차곡 쌓아 위에서부터 불을 붙일 땐 편리했지만 이미 불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장작을 넣을 땐 쿵하고 떨어뜨려야 하는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출장 A/S를 신청해서 난로 앞의 유리를 문처럼 열 수 있게 바꿨다.
장작을 넣을 때도 편하게 넣을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 장작을 넣기 위해 유리문을 열 때마다 나오는 연기 때문에 급하게 장작을 넣고 닫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설상가상 새로 구입한 장작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는 장작 넣는 순간이 고역일 만큼 연기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난로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