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네 Aug 04. 2023

벌집에 이어  새집 발견

첫 전원생활의 기록 & 현재의 comment



2012년 7월 4일


그저 김치에 라면을 먹으며 벌집퇴치에 대한 무용담을 얘기하고 커피 한잔 마시며 데크를 걷던 중, 2층데크가 비를 가려주는 곳 바닥에서 새똥을 발견했다.


뭐지?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짓다만 듯 어설픈 새집이 있었다. 잘 안 보여서 카메라를 높이 들어 감으로 사진을 찍어봤는데.....






새똥을 발견하고 밑에서 고개 들어 봤을 땐 어설픈 새집이었는데, 사진 찍힌 걸로 확인해 보니 제법 푹신하게 잘 지어져 있는 둥지에 아기새 두 마리가 있었다. 다행히 놀라지는 않았는가 보다.




하루가 지나 아기새들이 궁금하길래 혹시나 하고 밑에서 다시 사진을 찍어봤는데 아기새들도 궁금했는지 저렇게 내려다보고 있다.





사람이 없을 때, 어미새가 들락거리며 부지런히 아기새들을 케어하는 걸 창을 통해 몰래 훔쳐보곤 한다. 새똥으로 바닥이 지저분하긴 하지만, 아기새들이 자라서 나갈 때까지 사이좋게 지내봐야겠다.



벌이고 새고 비를 피하기 쉬운 곳인 2층 데크 밑바닥 쪽 홈에 저렇게들 자리를 잡곤 한다. 가능한 공생 하며 사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자연의 주인이 사람인 건 아니니까.



새벽에 밖에 나갔더니 정말 많은 새들이 집 앞 소나무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많은 새가 눈앞에서 날아다니고 나무에 조르륵 앉아있는 모습은 정말 처음 보는 장관이었다.


'뭐지? 아기새들 클 때까지 그냥 두려는 내 맘을 알고 저 많은 새들이 우리 집에 집 지으러 왔나?'


정말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많은 새들이었다.


근데, 자세히 보니까 그 많은 새들이 솔잎을 잘라 입에 물고 날아가는 거였다. 요즘이 새들 집 짓는 철인가 보다.


전원생활을 처음 시작하고 깜짝깜짝 놀라는 날의 연속인 요즘, 우리 가족은 고즈넉한 산속에서 아주 스펙터클 하게 살고 있다.^^




comment


전원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곳은 현재의 집보다 훨씬 더 산에 가까웠고 집조차도 통나무를 활용해 지어진 집이었기에 훨씬 자연친화적이었다. 더군다나 주말주택으로 사용되던 곳이었기에 인적이 드물었던 만큼 각종 곤충, 각종 새들이 자신들의 집을 짓기에 정말 적합한 장소라고 판단했던 거 같다.


그런 장소에 우리 가족이 뒤늦게 합류한 셈이었기에 가능하면 모든 동물들과 공생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사람이 활동을 하며 지내야 하는 곳에 있는 벌집만큼은 공생이 어려워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새집은 발견하면 너무 설렜던 기억이 있다.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나르는 부모새들의 오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즐거웠고 부모새가 없을 때 몰래 한 번씩 아기새들과 눈 맞추는 것도 색다른 기쁨이었다.


지금 사는 곳도 산속이긴 하지만 처음 전원생활을 시작했던 곳에 비하면 주택들이 붙어있는 곳이다. 산속이라 아침이면 새소리가 많이 들리긴 하지만 그때처럼 집까지 와서 새집을 짓거나 하진 않는다. 마당의 큰 나무엔 새 집이 몇 채 있긴 하지만.


전원생활의 시작은 단지 도시에서 시골로 집을 옮기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자연을 수많은 동물과 나눌 수 있는 마음까지 가져올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지 않을는지.







매거진의 이전글 공생하고 싶지만 너무 힘든 벌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