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살면서 소설이란 것을 써본 적이 없는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기에 큰 마음을 먹고 글쓰기 수업을 등록하였다.
글을 쓰면서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조금씩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정여울 작가님의 <끝까지 쓰는 용기>이라는 책이 있는데, 여러 주제 중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아픔을 표현하기'라는 글을 보고 많은 공감을 하였다. 정여울 작가님은 내 마음속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슬픔이 있기에 글을 썼다고 한다. 작가님은 어머니와의 아픈 상처를 글로써 해소를 하셨는데, 나 역시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따뜻한 공감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갈등이 많았다. 어머니와 나는 여러 번 소통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였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한 번은 대학생 때 도저히 소통이 되지 않는 집에서 있고 싶지 않다며 내게 있어 나름 큰 일탈(?)을 했다. 새벽에 어머니랑 말다툼을 하다가 무작정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나온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어리고 바보 같은 짓이었나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동안의 분노가 쌓여 참다 터져버린 것에 대한 나름의 표출이었다. 갈 곳이 없어 새벽에 바보같이 집 주변 공원을 걷는데 서러워 울면서 무작정 걸었다. 다행히도 아주 어두웠기에 날 보는 사람이 없어 마음 놓고 울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속으로 어머니를 원망하며 이렇게 무작정 나와도 날 걱정하지도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서러워하였다. 그렇게 몇 시간을 걸었을까 어머니에게 먼저 화해의 문자가 온 것이었다.
"맥주 사놨어. 그거 같이 마시면서 이야기 좀 하자. 들어와."
그 당시에는 이 와중에 무슨 맥주타령인가 싶었는데 어머니는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서툴고 투박하지만 딸에 대한 애정을 그렇게라도 최대한 표현한 것이었다. 그 문자를 보자마자 어머니에게 쌓여있던 원망은 눈 녹듯이 사르르 녹았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니, 웃으면서 곱씹어 볼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지금은 노안으로 눈을 찡그리며 안경을 최대한 코 끝에 두고 휴대폰을 멀리 두고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문자를 작성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면 그때의 어머니 모습이 상상이 되어 나 혼자 속으로 피식 웃는다.
시간이 조금 지나 그때의 일을 일기장에 쓰면서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슬픔을 해소할 수 있었다. 글쓰기를 하며 나는 웃기도 하고 스스로 치유도 할 수 있었는데, 이를 경험해 본 나는 훌륭하고 유명한 글을 써내는 작가가 아닌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여울 작가님은 아픈 상처야말로 가장 눈부신 창조의 기적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내게 펼쳐질 모든 힘들고 아픈 것을 수용하고 더욱더 풍부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무너지지 말고 글을 쓰는 것을 계속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