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온천욕으로 몸을 개운하게 씻어낸 후, 단수이로 향하기 위해 다시 베이터우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한 번 올랐던 길. 익숙한 풍경 덕분에 길을 헤맬 일은 없었다.
졸졸 흐르는 개울가를 따라 천천히 내려오다가 작은 노천탕 하나를 발견했다.
“이런 곳도 있었네?”
이곳은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구조인 듯.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이용해보고 싶었다.
로컬스러운 느낌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조금 더 걷다가, 고풍스러운 느낌의 베이터우 온천 박물관에 도착했다.
베이터우 온천박물관은 입장객이 많아 직원들이 인원을 조절하고 있었고,
신발은 입장 전 벗어야 했는데 그마저도 직원분들이 아주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신발장 열쇠는 옛날 방식 그대로!
작고 귀엽게 생긴 열쇠를 손에 쥐고는 괜히 설레었다.
박물관 안은 전반적으로 옛날 목욕탕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낡고 따뜻한, 빈티지 감성.
베이터우라는 온천마을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이곳에서 근무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장년층이었다는 점.
어쩌면 이 지역의 주민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다른 생각이 스쳤다.
한국도 점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런 식의 문화공간에서 장노년층이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단순한 여행의 순간이, 문득 사회에 대한 생각으로 번져나갔다.
그렇다.
나는 또 굿즈샵에 들렀다.
온천박물관 굿즈샵에는 귀여운 물건들이 가득했다.
심지어 대만을 여행하며 자주 보았던 흔한 망사 가방조차 귀엽게 보였다.
목도 마르고, 포장지가 너무 귀여워서 파인애플 맛 칼피스 하나를 골랐다.
하지만 박물관 안에서는 마실 수 없다고 해서… 꾹 참고 가방에 넣었다. 힝.
이 베이터우 온천박물관은 1913년에 지어진 온천탕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1층은 벽돌, 2층은 목조.
건물 외관에서 일제식 건축 양식과 서양식 양식이 어우러진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때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공공 온천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방치되었다가, 주민들과 정부의 노력으로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래된 것을 무조건 허물지 않고,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을 문화공간으로 되살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감각 아닐까?
박물관 옆에 있는 베이터우 도서관까지 둘러보고, 천천히 신베이터우역으로 향했다.
이제 다시 베이터우역으로,
그리고 단수이로.
또 다른 온기가 기다리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