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누가크래커 쇼핑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나는
드디어 아침을 먹기로 했다.
라뜰리에루터스 앞에서 줄을 설 때부터, 나는 배가 너무 고팠다.
다른 사람들은 친구들이 줄 서는 동안 편의점에서 물도 사 오고, 쇼좌빙도 사 왔지만,
나는 혼자였기에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2시간 넘게 기다렸더니, 뱃가죽이 등가죽과 붙어버렸다.
메인역 근처까지 갈 것도 없다. 짐이 많지만, 지금은 배고픈 게 우선이었다.
동먼역 주변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구글맵에 “아침식사”를 검색해서 나온 가게 중
제일 가깝고, 평이 괜찮은 가게로 향했다.
믿을 건 지도 하나뿐!
도착한 곳은 골목 안 작은 가게.
외관은 투박했지만,
그 특유의 '찐맛집 바이브'가 느껴졌다.
나는 참치단삥과 차가운 홍차,
그리고 그동안 꼭 먹어보고 싶었던 무케이크를 시켰다.
가격은 30~50 대만달러 정도.
부담 없이 배부를 수 있는 가격이었다.
참치단삥과 무케이크는 주문과 동시에 커다란 철판에서 바로 구워져 나왔고,
한 입 베어 물면 "아뜨뜨!"소리가 절로 났다.
그럴 땐 시원하고, 달달한 홍차를 한 모금 쫙-마셔주면
그 조합이 정말 끝내줬다.
식당 안은 조용했지만, 무척이나 분주했다.
음식을 포장해 가는 현지인들,
식당에서 밥을 먹는 여행자들-
모두 익숙한 듯 와서 밥을 먹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아, 여긴 진짜 맛집이 맞네!"
밥을 든든히 먹고, 누가크래커를 숙소에 두러 돌아왔다.
짐은 캐리어에 담으면 되지-하고, 무심코 캐리어를 세우는 순간.
'퍽!'
캐리어가 휘청! 하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 바퀴가,
드디어 박살 나버린 것이다.
대만에 도착할 때부터 불안했던 바퀴였다.
타이동에서 이미 하나가 나갔고,
오늘 아침 누가크래커로 치명타를 입었다.
이제는,
남은 바퀴 하나도 마저 떠나보낼 시간이었다.
이 캐리어는 정말 오래 썼다.
해외며, 국내며, 나와 참 많이 다녔다.
이번 대만 환도 여행도 함께 해줬다.
하지만 이제는 보내줘야 할 때.
여행 캐리어야, 그동안 고마웠다.
나는 짐을 모두 침대 위에 옮겨두고,
빈 캐리어 하나만 덜렁 들고 다시 타이베이메인역 지하상가로 향했다.
역시 쇼핑의 성지(?) 답게, 타이베이메인역 지하상가는 가방 가게가 정말 많았다.
그중에서 꽤 넓고, 쾌적해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 진열된 여행 캐리어들을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가볍고 튼튼하고, 잠근 장치까지 잘 되어 있는 핑크색 캐리어를 골랐다.
왜 핑크냐고?
나는 핑크가 좋으니까! 핑크는 진리다.(단호)
가격은 대략 6만 원 정도.
엄마는 "샘X나X트같은 거 사라~"고 하셨지만, 내 기준에 캐리어는 가볍고, 싸고, 튼튼하면 장땡이었다.
어차피 해외 몇 번 다니면 또 더러워진다.
브랜드보다 실용성이 우선이다.
사장님께 망가진 헌 캐리어를 대신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놓고 가세요~"라며 쿨하게 받아주셨다.
그렇게,
새로운 캐리어를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내 옆에는
더 크고 튼튼한 새 캐리어가 생겼다.
마음이 든든하다.
귀국까지 남은 7일.
이제 이걸 가득 채울 일만 남았다.(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