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시먼딩을 지나 용산사로 걸어갔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금방 갈 수 있는 길인데, 나는 왜 굳이 걸어가고 있을까?
(참고로 한국에 돌아와 몸무게를 재보니 3kg이나 빠져 있었다. 걷기, 짱!)
한참을 걷다가 문득,
“대만까지 왔는데, 발마사지를 안 받았네? 오늘 아니면 못 하겠는데…”
그 순간, 눈에 들어온 발마사지 가게.
(난 분명 MBTI가 J였는데, 이럴 때만큼은 누구보다 P처럼 산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장 아저씨께서 굉장히 친절히 맞이해 주셨다.
헐렁헐렁한 바지로 갈아입자마자, 마사지사가 와서 발을 꾹꾹! 눌러주었다.
두 사람은 내가 한국인이고, 환도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하니 신기하다며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특히 컨딩의 롱판공원과 뤼다오 이야기를 꺼내자,
"대만 사람인 우리도 못 가봤는데, 외국인이 먼저 가봤네?!"라며 몇 번이나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셨다.
마사지를 마칠 즈음, 사장님께서는 시원한 녹두차와 유자 비슷한 과일을 내어주셨다.
사장님은 새벽마다 직접 시장에서 좋은 과일만 골라 온다며,
“시먼딩 과일가게나 야시장은 비싸고 맛없으니 재래시장을 이용하라”라고 조언해 주셨다.
옆에 있던 직원분은 까르푸에서 사 먹어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서 과일을 사면 비싸다!
대만에서 과일 살 땐 시장을 이용하는 걸 추천.
발걸음이 가벼워져, 드디어 원래 목적지인 용산사로 향했다.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골목길과 보피랴오 거리를 지나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옛 느낌 물씬 나는 타이베이의 골목길을
난,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용산사는 시먼딩과 함께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는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기도하러 온 대만인들로 가득했다.
경내에 들어가자, 정원에는 화려한 등이 걸려 있었고,
마침 예불 시간이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경전을 손에 들고 찬가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냥 한쪽에 서서 찬가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어도, 그 울림이 전해졌다.
사찰을 한 바퀴 돌며 사람들의 공물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빌었다.
학문의 신에게 간절히 빌었다.
용산사의 흥미로운 점은 불교적 색채와 도교적 요소가 함께 있다는 것.
관세음보살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교의 신도 모셔져 있었다.
나는 그중 학문을 관장하는 신. 문창제군 앞에서 소원을 빌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시작할 공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방법을 몰라 옆 사람들을 따라 했을 뿐이지만, 정성만큼은 가득 담았다.
그리고 타이난 적감루에서도 했던 빨간 반달조각을 던지는 점을 보기로 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반달조각 두 개를 손에 쥐고 신에게 소원을 빈다. 그리고 나무조각을 바닥에 던져본다.
나무 조각 두 개가 서로 다른 면 → YES
같은 면 → NO
총 3번의 기회가 있는데, 나는 한 번에 YES가 나왔다.
이제 정말 운이 좋으려나보다.
용산사는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아까 만났던 마사지 가게 사장님께서 “밤에 그 근처는 위험하다”며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래서 해 지기 전에 서둘러 용산사를 빠져나왔다.
용산사를 빠져나온 나는 근처에서 봤던 ‘서창가 벼룩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서창가 벼룩시장은 별의별 물건이 다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진품인지 가품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것도 판다고?!” 싶은 것들이 즐비했다.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어서 잘 찾는다면, 정말 멋진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보피랴오 거리도 잠시 구경했다.
보피랴오 거리는 18세기 건축물이 남아 있어 옛 대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치파오를 대여해 스냅사진을 찍는 것이 유명한 관광코스 중 하나라고 하는데, 나는 이미 타이난에서 경험을 해봤으니, 이번엔 패스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번엔 꼭 이곳에서 찍어보고 싶다.
용산사에서 20분쯤 걸어서 도착한,
오늘의 저녁 식사 장소는 진천미.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키키 레스토랑’과는 양대산맥 같은 존재인 진천미.
나 역시 키키 레스토랑과 진천미, 둘 중에 고민하다 진천미를 선택했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두부튀김, 궁바오지딩, 오이무침, 그리고 콜라까지!
혼자 먹기엔 많아 보였지만, 여행이니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맛은 있었지만 사천요리치 고는 많이 맵지는 않았다.
“마라마라 한 찐 사천요리!”를 기대했던 터라 살짝 아쉬움.
다음엔 키키 레스토랑을 가봐야겠다.
배도 많이 부르고, 날씨도 선선해져서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후식으로 한번 더 행복당을 먹어보자! 하고 찾아갔는데,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하하.
배부른 저녁과 함께 길었던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은 타이베이 여행의 하이라이트, 예스허지 투어를 하기로 한 날이다.
내일을 위해 개운하게 씻고, 푹 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