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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소한 과일 여행기, 파파야

하늘이 날 반기고 세상은 아름다워 :)


파파야는 켄탈로프 멜론 뒤 옥수수 옆에 있는 녹색 과일이다.

초등학생 시절, 파파야라는 그룹의 '내 얘길 들어봐'란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하늘이 날 반기고 세상은 아름다워 / 어떤 말도 나에게는 행복일 뿐이야 / 넓은 바다 같은 너의 마음속에 그냥 퐁~당 빠지고 싶어, 아잉」이란 가사와 노래의 멜로디가 너무 좋았다. 노래를 계속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룹 이름에 눈길이 갔다. 파파야. 어감이 참 귀여웠다. 찾아보니 열대 과일이란다. 어린 마음에 언젠가 꼭 한번 파파야 과일을 꼭 맛보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하와이에 가게 되었다. 하와이에 도착한 후, 돈키호테라는 일본 식료품점에서 장을 처음 볼 때였다. 여러 과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이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갔다. 그중에서 녹색 과일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파파야. 이 아이를 진짜 (드디어) 만나게 될 줄이야......! 이렇게 만났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제일 맛있게 생긴 것으로 사가고 싶었다. 막상 맛있는 파파야를 고르려고 하니 어떤 것이 잘 익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 그때, 한 한국인 아저씨께서 다가오시더니, "맛있게 익은 건 노란빛이 도는 거고, 조금 뒀다 먹으려면 녹색인 것으로 사면 돼요~ 아, 그리고 레몬즙을 뿌려서 먹으면 진짜 맛있으니 레몬도 같이 사고 학생. 딱 보니깐 공부하러 처음 온 것 같은데 하와이에 잘 왔어요! 파이팅!" 하고 일행분들과 홀연히 사라지셨다. 처음 보는 나에게 꿀팁을 알려주시다니 정말 감사했다. 그나저나 내가 학생인 것을 어떻게 아셨을까? 여전히 미스테리이다. 지레짐작하건대 내가 너무나도 간절하게 먹고 싶지만 도무지 감이 안 온다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 있었나 보다. 하와이나 열대지방에 가서 파파야를 처음 먹어볼 분들을 위해 여기에 파파야 먹는 법을 적어두려 한다.


파파야 먹는 법

(1) 이쁜 노란빛이 도는 파파야를 깨끗이 씻는다.

(2) 냉장고에 넣어뒀다 파파야가 시원해지면 먹는다.


* 나는 조금 다르게 먹는다. 씻은 파파야를 냉동고에 넣고 살짝 얼린다. 보통 저녁 식사 준비 및 그다음 날 점심 도시락 쌀 때 파파야에 물을 묻혀 냉동고에 넣어뒀다. 그러면 아주 살짝 샤베트 식감이 나는 차가운 파파야를 먹을 수 있다.


(3) 세로로 반을 가른다. 잘 익은 파파야는 속이 주황빛이 돈다. 개인적으로 그 색깔은 연어가 연상되었다.


환 공포증이 있는 분들을 위한 파파야 구조 예시 사진

(4) 파파야 속 가운데에는 굉장히 작고 동글동글한  까만 씨들이 과일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씨앗은 정말 많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환 공포증이 있는 분들을 위해 속 모양이 비슷한 아보카도 사진을 붙였다. 아보카도 씨앗 자리에 파파야 씨앗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4-1) 파파야 씨앗은 작은 한 티스푼 정도 남기고 숟가락으로 살살 파내서 버린다. 처음엔 소량만 먹어야 한다. 익숙해지면 차츰 양을 늘려가는 것이 좋은데, 익숙해져도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과유불급이다.


(4-2) 생각보다 파파야 씨앗이 씁쓸하면서 맵다. 미량영양소(미량원소 + 비타민, 미량원소는 철, 구리 등 식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원소들)와 섬유질 등 좋은 영양소들이 많이 있다. 파파야의 씨는 신장, 간, 소화기관에 좋다고 한다. 하와이에 있을 동안 소화가 안 돼서 고생한 적이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진짜 맞는 말인 것 같다.


(5) 손질이 다 끝난 파파야에 레몬즙을 뿌린다. 처음엔 레몬즙을 조금만 뿌렸었지만 차츰 파파야 한 개를 먹을 때 레몬 한 개를 다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레몬을 넣으면 파파야의 맛이 신기할 정도로 충분히 담백하고 상큼하면서 달게 변한다. 마치 적당히 새콤하고 달달한 레모네이드가 가득 담겨있는 부드러운 멜론 같달까. 레몬이 신의 한수이다.


(6) 하와이 하늘 한번 쳐다보고 하와이 바람도 느끼며 파파야의 맛을 음미한다. 그룹 파파야 노래 가사 중 일부분인 ‘하늘이 날 반기고 세상은 아름다워’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하와이에 있던 3년 동안 원 없이 파파야를 먹었다. 저녁 식사 후 하와이의 석양을 바라보며 파파야를 먹으면 천국이 여기인가 싶었다. 그 시간은 오로지

내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파파야가 오늘 고생 많았다고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편으로는 파파야를 먹을 수 있는 날이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다는 것 또한 잘 알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았다. 한국에 돌아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파파야를 먹으러 다시 올 수 있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때의 아쉬움이 모이고 모여 지금은 그리움이 되었다. 파파야를 다시 음미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학수고대하며 이 글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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