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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롱 Sep 27. 2022

“우리가 같다고? 그건 네 생각이고!”

어림짐작, 얼렁뚱땅! 내 맘대로만 하는 연대의 파국 미리보기

 


뭐? 우리가 다르다고? 세상에, 너 그렇게 안봤는데!

                                                                                                                         -워크보트 롱롱-    

최근 친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우리가 비슷하다 또는 결이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하며 어찌보면 바보같은 것인지를 느꼈다.      


첫 번째 친구는 나와 전혀 다른 경험을 했음에도 뭔가 통하는 사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해왔다. 나고 자란곳, 보고 배운 것, 개인을 둘러싼 주변의 상황이 다르다 못해 반대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비슷한 판단과 행동을 했기 때문인 듯 하다. 최근 친구1과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 왜인지 모르게 찌르르 찾아오는 배신감 때문일지, 아니면 다른 선택에 대한 충격을 풀어 나가려면 우리가 서로 달랐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하니 무서운 것일지 인지는 모르겠다. 어쨋든 서로 좀 서먹해졌다.     


두 번째 친구는 만나면 하하호호 즐겁다. 늘 만나면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개라더라 식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곤 한다. 좋아하는 친구지만 같다 또는 비슷하다는 생각은 그다지 해본적이 없다. 몇 달 전 친구와 여행을 함께 하면서 친구가 좋아하는 것, 친구의 지인, 친구의 사고방식을 가까이서 느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친구였는데 분위기 덕에 얼큰하게 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친구에 대해 내가 몰랐던 게 너무 많았다. 친구2는 내 생각보다 멋지고 깊고 끈질긴 사람이었다. 여행을 끝내며 어쩌면 우리는 결이 같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비슷하다 또는 결이 같다’는 건 정말 상대적이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위험하고 바보같을 수도 있다고 느꼈다. 친구1은 나와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해는데 달라서 결국 서먹해졌고, 친구2는 다른 것 같았는데 비슷해서 가까움을 느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친구1과는 다르고 친구2와는 같은 게 아니다. 그냥 친구1도 친구2도 나와 그냥 다르다.     


나는 이 쉽지만 어려운 것을 자꾸만 잊는다. 물론 같은 결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벼락 맞는 확률과 비슷할 거 같다. 희박해서 결이 같은 사람에 더 목을 메는 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인간관계와 연대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동질감에 취해버리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인 듯하다.     


보통 비슷한 상황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연대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예 다른 것 투성이인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편한 시작일 수 있겠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대를 위해선 ‘우리는 같다’가 아닌 ‘우리는 다르다’를 계속 되내어야 하는 것 같다. 연대는 우린 다르지만, 같은 결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고 그렇게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 아닐까.     


다가갔다 멀어졌다, 다가갔다 멀어지는 것이 바로 연대의 모습 아닐까? (최유프 고마워)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과 크고 작은 연대가 기대된다. 이를 즐기기 위해서 새길 것은 우리는 같은 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다르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우리가 같더라도 기뻐하지 않는 것이 견고하고 단단한 연대를 위한 첫 출발이다.      


불현듯 ‘어색해져버린 친구2와의 관계는 어찌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멀어진 심리적 거리감 때문에 우리는 다르다는 경고가 계속 울릴 것 같다. 어쩌면 친구1과 나는 이제 다시는 동질감에 취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동질감을 더 쉽게 느낄 수 있는 관계가 됐다.      


관계와 연대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린 다르니까, 어떻게 해야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속적으로 이 고통스러운 ‘다름’을 마주하며 우리가 어떻게 다른지부터 알아가야 한다. 아, 왜 연대가 어려운 일인지 알겠다. 벌써 마음이 일희일비로 혼돈스럽다. 워크보트 덕에 좋은 연대를 위한 하나의 해답을 얻었다. 해답을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겠지만,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은 천지차이다. 같음과 다름에서 기뻐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서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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