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롱롱 Sep 27. 2022

국가가 허락한 두번째 마약, 어쩌면 연대일지도?

짜릿한 연대의 맛

                                                                                                                     -워크보트 롱롱-

최근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는 청년들과 함께 끝이 정해진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했다. 뉴스레터의 이름은 ‘왜요레터’. 당연한 것, 특별히 궁금해하지 않고 따르는 것들에 의문을 던진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페미니즘, 리더십, 커리어, 노동환경 등을 매월의 주제로 선정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내용을 정리해 뉴스레터로 공유한다.


학생 신분을 벗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왜요’라는 질문은 거의 금기시 됐다. 정해진 체계 속에서 ‘물음표’를 표현하면 나만 피곤해지는 일이 많았다. ‘제가 막내면 이걸 다 해야하는 건가요’, ‘왜 우리는 행정과 일할 때 절차를 간소화 할 수 없나요’, ‘우리 조직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같은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는 어른은 없었다. ‘선배도 요구하지 않는 걸 1년 차가 요구한다’, ‘지금,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 같은 답을 받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학생때도 ‘왜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쟤랑은 가까이 지내지 말아라’라는 소리를 듣는, 어쩌다 보니 버릇없는 학생이 되어 있곤 했다.


내꿈은 물음표살인마(?). 당당하게 외치자 왜요!!!!!!!!!!!!!!!!!!!!!!!!!!!!


내 직업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청년 리더십’의 필요성을 표방하며 시작된 모임에 초대를 받았고 거기서 왜요레터의 첫 번째 멤버를 만났다. 협동조합의 가치에 깊게 동의하고, 대학생 때부터 처음의 수식을 돌파해 온 사람이었다. 


화가 많아 보여서 더 맘에 들었다. 멤버1에게 식사를 제안했고 슬쩍 나의 불만 사항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나와 비슷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내 우리는 지인을 모아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좋은 기회로 저자를 만나서 협동에 대한 이야기, 협동이 구성되는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불만이 많은 개인인 내가, 정신을 차리니 나를 포함한 총 4인을 모아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독서모임을 하며 우리의 불만을 모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뉴스레터를 기획하게 됐다. 지금은 8명의 청년이 함께하는 뉴스레터를 발행중이다.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기사로도 발행되고 있다.(클릭) 지난번 워크보트에서 ‘결이 같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왜요레터를 준비하며 결이 같다는 것에 대해 나의 기준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결이 같다는 것을 ‘같은 것에 분노할 수 있는 에너지’라고 정의했다. 5월에 발행을 시작한 뉴스레터는 ‘사회적경제N년차 일해보니 어때?’를 첫 주제로 선정했다. 2년부터 10년 이상까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근무한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비슷한 부분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분노했다. 가치지향에 기대를 가지고 모인 청년들이었지만,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 또는 하나의 개인으로 존중 받지 못할 때 가장 큰 좌절과 분노, 그리고 내 분야에 대한 실망을 느꼈다. 분노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큽,,이런 두근거림, 너무 오랜만인데...?

첫 대담을 끝낸 후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나의 의견에 이런 지지를 보내주다니. 나는 짝궁도 없고, 자녀도 없어서 약간 오바지만, 먹여 살릴 처자식(?)이 생긴 기분이 들었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아직 이게 ‘연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조금 찐~한 연결? 아직도 연결과 연대가 다르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왜요레터를 준비하며 단순한 연결 이상의 경험을 맛봤다고 생각한다. 연대가 어려운 건 한 번에 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계속해서 조금씩 경험하고, 실패하면서 좀 더 완벽한 방법들을 찾아나갈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조금 진한 연결이 연대가 되지 않더라도, 아마 슬프지만은 않을 것 같다. 평어를 써서 친구같지만 사실 엄청난 인생 선배들인 워크보트 구성원들이 연결과 연대를 구분짓지 않았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고. 


잠깐 빠르게 뛰었던 이 느낌을 기억하고, 좀 더 오래 많이 가슴이 뛸 수 있는 느낌을 찾는 고민을 이어가 봐야겠다. 조금 찐한 연결도 이렇게 짜릿하다니. 순도 높은 연대는 과연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하기도하다. 사실 제일 무서운 마약은 바로 연대 아닐까? 왜요레터를 구독하려면 클릭

음악에 이어 국가가 허락한 두번째 마약, 어쩌면 연대일지도....?!!!???? 출처_빠더너스 문상훈님(짤 천재)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같다고? 그건 네 생각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