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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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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Jul 06. 2023

개가 있는 풍경

언젠간 추억이 될 풍경

퇴근 후, 지치고 게으른 나는 실제로 나가서 걷는 산책대신 노즈워크를 시켜준다.

킁킁킁


신나게 킁킁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 미소를 짓다가

문득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이 순간이, 이 장면이 추억이 될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싶어서. 눈에, 마음에, 한가득 이 풍경을 담다가 지금 이 마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너무도 익숙한, 개들이 있는 우리 집 풍경에서

한 마리씩 한 마리씩 사라져 갈 것이란 건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때가 되면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


나는 내 사람, 남의 사람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에너지는 딱 내 사람들에게만 쏟는다. 그 마저도 상황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해라? 그런 건 못한다. 그러다 무조건 사랑해 줘도 괜찮을 대상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토토를 만나고 알게 됐다. 온전히 모든 것이 수용가능하고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다. 개를 사랑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은 미쳤다고 하겠지만.



범사에 감사하라 해서 오늘도 부단히 감사할 일을 찾아봤다. 이 넓은 지구에서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수많은 개들 중에 저 녀석들을  만날 수 있었던 기적에 감사한다.


노즈워크 장난감 뒤로 보이는 산소방은 토토가 위급할 때 렌털해 두어서 매달 적지 않은 렌탈비가 나가고 있지만 쓸 필요 없어진 현 상황에 감사한다. 그냥 마치 부적처럼 거실  한 구석을 차지하게 뒀다. 렌탈비 까짓 거 10년이고 20년이고 낼 테니까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옆에 있어줬으면.

하지만 다음 생엔 no강아지를 다시 한번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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