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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Sep 04. 2022

안요일티와 안코너 크로스


  집안에서만은 좀 비뚤어질 테다. 수요일에 핑크색 'TUESDAY' 티셔츠를 입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요일 티셔츠는 해당 요일에만 입어야 한다는 룰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요일에 'TUESDAY' 티셔츠를 입고 집 밖으로 나가 길거리를 활보한다면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대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토요일. 명시성의 대명사, 검정 바탕에 노랑 글씨'SUNDAY’ 티셔츠를 입고 여의도 한강 공원을 걷는다. 잔디에 앉아 치킨을 뜯으며 평온한 토요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엇에 홀린 듯 나를 쳐다본다. 일제히 동공에 지진을 일으킨다. 걸어가는 'SUNDAY'의 어깨에서 가상의 연장선이 뻗어나간다. 그 선을 따라 파도타기처럼 광기에 휩싸인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 사방으로 내달린다. 좀비처럼. "우웨엑~ 우엑"


*내레이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이 소리는 여의도 한강 공원의 시민들이 내일 출근하기 싫다고 울부짖는 소리입니다.



  굳이 요일 티셔츠를 입고 외출을 하고 싶다면 인류의 평화를 위해 해당 요일에 맞춰 입자.


  일주일에 딱 하루 입을 수 있는 티셔츠라니 효용이 떨어진다. 안요일 티셔츠가 필요하다. 'NOT TUESDAY' 티셔츠는 화요일 빼고 일주일에 6번 입을 수 있다.  


  요일 티셔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딱 하루 행복하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티셔츠를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은 예외로 한다.) 안요일 티셔츠를 사랑하는 사람이 6배 더 행복하다. 6일 동안 매일 입지는 않아도 언제든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뎅 국물 같은 든든함까지 맛볼 수 있다.


  코너 크로스를 스피드 스케이트의 꽃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모둠 초밥의 참치 뱃살보다 더 빛나고 아름다운 크로스. 아이스링크 얼음을 녹여버릴 것처럼 열정을 불살라 보지만 내 꽃은 좀처럼 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스피드스케이트를 좋아하지만, 못하는 코너 크로스를 자꾸 생각하다 보니 스케이트를 떠올리면 가슴에 뭐가 걸린 것 같다. 그래서 안코너 크로스를 생각하기로 했다. 코너 크로스 말고 눈부신 하얀 링크 위에서 내가 멋지게 할 수 있는 것들. 밀기, 찍기, 항아리, 반항아리, 숨쉬기, 웃기, 넘어지기. 잘할 수 있는 게 7개나 된다.



동물들의 달리기 대회에서 개미가 1등을 했다.

"아니 어떻게 1등을 할 수 있었나요?"

아주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니니니 니니니니니."
"네? 뭐라고요? 더 크게 말해주세요. "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라던 그때 그 시절 유모어가 떠오른다.


  아이스 링크에서 제자리걸음이지만, 개미처럼 '니니니 니니니니니' 하고 있다. 코너 크로스는 초밥에 와사비만큼만 생각하고, 오늘도 니니니 니니니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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