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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미리 Feb 25. 2024

안락의자/ 고선주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고선주 교수님의 『그늘마저 나가 집으로 갔다』에서 “안락의자”를 올립니다.          


안락의자/ 고선주     


모두들 흔들리지 마라고만 말하네

누군들 흔들리고 싶은 사람 있을까

지금까지의 삶은

세상으로 인해 흔들렸다기보다

내 안의 무언가가 나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물여울이 일면

그 파장이 삽시간에 주변으로 퍼지는 것처럼

삶의 파동들은 자주

나를 심하게 흔들어댄 것 아닐까    

 

되레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어느 날 집에 흔들거리는 안락의자 하나 들어놓았다     


누가 말해 준 것 아닌데

안락의자에 앉아

꾸준하게 흔들거리며

낮 동안 흔들거리지 않기 위해 조여 놓았던,

몸과 마음에 박아 뒀던 나사들을 빼낸다   

  

집밖에서는

흔들거리지 않기 위해 온 힘으로 버팅기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 듯

조였던 나를 푸는 것이다     


눈을 감았는데도

흔들거리며 오히려 중심을 잡아 간다     


하나의 흔들거림인데

왜 밖에서는 흔들리면 안 되고

집에서는 사정없이 흔들려도 되는 걸까     


난 여전히 안락의자 위에서

흔들거리는 삶을 즐기는 중이다     



의자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가구다. 의자의 종류도 용도에 따라 다양하고, 그 기능이 우수한 제품들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의자의 가격도 그 종류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의자는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예로부터 권위와 권력을 상징했다. 의자에 앉으면 휴식을 취할 수 있어 편안해지지만 누구랑 앉으냐에 따라 불편한 자리도 있다.     


여기서는 우리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흔들리지 마라고만’ 말하는 사람들 하지만 흔들리는 않고는 살 수가 없다. 이 세상은 잠시도 나를 가만두지 않고 흔들어 댄다. ‘내 안의 무언가가’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내 안의 무엇을 건드리는 대상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대한 무엇, 직장일 수도 있고, 사회로부터 오는 갈등일 수도 있다. 그 민낯의 파동이 화자를 ‘흔들어댄 것 아닐까’라고 흔들리는 이유에 의문도 품는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화자는 안락의자를 들여놓았다. ‘낮 동안 흔들거리지 않기 위해 조여 놓았던’ 마음의 나사를 집으로 돌아와 풀어놓는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집 밖에서 흔들리면 안 된다. 흔들리는 모습을 아무에게나 보일 수는 없다. 가면이라도 하나 쓰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기 위해 들여놓은 의자 위에서 화자는 흔들거린다. 흔들림이 아닌 능동적인 흔들거림이다.     


밖에서 흔들리면 안 된다는 모두의 조언에‘집에서는 사정없이 흔들려도 되는 걸까’라고 의문을 품은 것도 잠시 화자는 ‘흔들거리는 삶을 즐기는 중’이라고 한다. 안락의자에 앉아 잠시라도 삶의 가면을 벗어놓고 휴식을 취하면서 전쟁터 같은 삶의 현장으로 다시 나가기 위해 재충천하는 소소한 일이 화자에게는 ‘흔들거림’이 전제가 되고 있다. 누구나 용도에 맞는 의자 하나 갖고 싶은 소망으로 살아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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