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책… 재밌어서 읽는 거야?”
동생이 내 방을 지나치다 책장을 넘기는 날 보며 묻는다.
한 두 번 듣는 질문도 아니니 수월하게 대답한다.
“그럼~ 이 밤에 재미없으면 왜 하니.”
정말 ‘재미'가 있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첫째로는 그게 순수하게 공부 이외의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냐는 물음일 테고, 둘째로는 ‘저 사람은 정말 노잼 인간인 것인가'를 확인하는 물음일 것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같은 질문을 받은 사람으로서, 이와 관련해선 나름 간단한 답문이 가능해진 것 같다.
우선, 아마도 나는 노잼 인간이 맞다. 썩 유쾌한 사실은 아니긴 하지만, 글을 자주 읽다 보면 언어 자체에 민감해지고, 그럼 자연스럽게 말을 조심하게 된다. 물론 사유와 일상을 넘나드는 유연한 태도를 통해 유머까지 갖춘 훌륭한 작가들도 있지만, 난 아직 그 단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어서 ‘재미'에 대해 답해보자면, 적어도 나에게 책은 일종의 공부가 맞다. 물론 그래서 읽다 보면 지겨운 순간도 더러 찾아온다. 하지만 책을 처음 펼치는 그 순간, 그 순간을 일으키는 힘은 순수한 호기심에서 온다. 오늘 좀 기분이 별로인데 요리하면 나아진다길래 펼쳐봤고, 남자 친구가 연락을 안 받아 화나 있는데 연애는 사실 쉬운 거라 우쭐대는 문장이 눈에 띄길래 펼쳤으며, 아무 설명도 없이 어지러운 그림만 그려진 책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마치 내 속 같아 보여 펼쳐봤다.
그냥 다 별 거 아닌 이유였다. 그래서 별 일 아닌 듯 책장을 닫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가끔 마음에 내내 담기는 문장을 만난다. 그럼 그 문장이 내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된다. 지탱해주기도 한다. 그저 그런 소소하지만 묵직한 이유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래서 이유 없이 책 생각이 나곤 한다. 이유 없이 위로받았던 순간이 문득문득 떠오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