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오늘은 첫째가 내 배에서 느껴지는 막내딸의 태동을 여러 번 느꼈다.
뱃속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태동을 신기해하는 아이.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 보는데 더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생명의 소중함을 하는 아이. 잘 자라고 있구나! 너도 이렇게 작았는데, 언제 이렇게 커 버린 거니.
바빠도 매일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등교를 시키고 시시 때때로 통화하며, 놀이와 공부 모든 것을 함께하고, 저녁시간을 꼭 함께 하려 노력해도 내 아이들은 매일매일 엄마를 그리워한다. 내가 그린 웹툰을 보고서 첫째가 말했었다.
“엄마! 엄마! 어떻게알았어? 나랑 라미가 엄마 옷 냄새 맡으면서 엄마 냄새난다고 안고 있었던 거?”
부족한 엄마를 늘 그리워하고 사랑해 주는 고맙고 소중한 녀석들.
그림 : 작가 가을하늘
엄마 발자국
앞 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는 어릴 적 할아버지 댁에 맡겨져 자랐었다. 두 분이 모두 맞벌이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맡겨졌었다. 자주 뵐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조금 뜸 할 때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어릴적엄마와의추억이그리많지않다. 겨우 기억나는 기억의 몇 조각이라고는 유치원에서 열린 야외 행사 1번, 그리고 몇 번의 제사, 명절 … 그 마저도 조각조각짧은기억들뿐 그렇게 진하고 오랜 기억은 거의 없다.
인지적 기억 저장소에는 그리강렬한기억이없지만, 내마음의저장소에는딱하나강렬한기억이있다.“엄마발자국”.
나는 주말이면 오는 엄마를 할아버지 댁 대청마루에서 기다리곤 했다. 어쩌다 밖으로 뛰어놀러 나갔을 때면 엄마가왔나싶어서집에 돌아와서 확인을 해 보곤 다시 나가 놀기도 했었던 것 같다. 엄마가언제오는지는명확하지않았지만, 언제간지는확실히알았다.바로내가잠이든순간.
어느 날은 분명 엄마 무릎을 베고 낮잠을 잔 듯한 기억이 있는데, 해가아직지기전어스름에깨어나보니 숨소리조차 고요히 조용한 집에 혼자 덩그러니 누워서 자고 있는 나를 발견했었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았다. 아직은 너무나 어린 나의 마음에 찬 바람이 쌩 부는 것이 느껴졌다.
“할머니. 엄마는?”
“엄마? 벌~써 갔지.”
얼른 대문 밖으로 쪼르르 쫓아 나가 보았다. 그곳에는엄마가없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뛰어 나가기 전에도 마당에 진흙 바닥에 남겨진 ‘엄마의 구두 발자국’을 보고.
나는 잠이 드는 것이 두려울 때가 많았다. 왠지 모르게 내가 자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이 세상이 사라질 것 같아서. 성인이 되어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할머니, 엄마 아빠 언제 와?”
“응~ 10 밤만 자면 오지.”
“할머니, 10 밤 잤는데 엄마 오늘 와?”
“엄마가 바빠서 10 밤 더 자야 된단다.”
잠을자도자도오지않는엄마. 어쩌다만나도내가잠이들면사라지는엄마.
아직도 나는 어린 시절 내가 본 높은 굽이 흙바닥을 콕 찍은 엄마의 구두 발자국이 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하다.
그리고 아직 어린 내 딸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만치 어렸던 나의 어린 시절의 그 구두 발자국을 보며 느낀 그리움이 강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