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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하늘 Nov 29. 2021

안마 잘해 주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더니.

안마, 그것이 뭣이 중헌디?



난 우리 집에서 제일 꼴 보기 싫은 장면을 꼽으라면,
아이들이 아빠 허리 밟아주거나 안마, 마사지 등을 해 주는 장면이라고 한다.

내가 10달 동안 힘들게 품고 분만실에서 낳았을 때,

훗날 내 딸도 나와 같은 출산의 고통을 겪을 것을 생각하며

아이한테 너무 미안했었다.


능력만 된다면 혼자 살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매일매일 남편이 아이들에게 허리 밟아달라고 누워서 온갖 회유와 협박을 해 대는 걸 보면 속이 울렁거린다.

나는 자라면서 아빠가 안마를 해 주시면 해 주셨지 안마를 해 달라고 하신 적이 없는데... 깡마른 내 손목을 보며 안타까워하시면서 쓰는 것도 아까워했는데...


한 뱃속에서 자랐어도 성격은 다른 자매.

툴툴거리면서 아빠가 해 달라는 건 다 하는 첫째.
배시시 웃으면서 해 주는 척만 하다가 그만두거나, 온갖 핑계를 대며 싫다고 끝까지 뺀질대는 둘째.

그냥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될 것을 괜히 집안 분위기 흐릴까 솔선수범하는 첫째는 매일매일 살이 안 찌는 이유를 찾는데,
안마만 해도 살찔 것 같은 엄마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효녀 말고 불효녀가 되길 바라는 이상한 엄마.

미래 사위를 위한 전문 안마사로 키우는 중인지 의심스러운 아빠.


하... 이 와중에

셋째도 딸이라니...

온몸이 아프게 뱃속, 배 밖에서 키운 귀한 내 딸들 안마하는 꼴 안 보려면 아빠와 격리라도 시켜야 하나...


10년이 지나도 안마해 달라는 남편이 이해가 안 되는 아내.

10년이 지나니 안마해 달라는 대상을 바꾸는 끈질긴 남편.


천생연분일까?

잘못된 만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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