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는 언제나 죄인일 수밖에 없다.
출산 후 45일 즈음되었을 때 복직을 하고.
나로 인해 아기가 감염되었다.
우리 집 세 자매 중 막내딸.
너만은 안 걸렸으면 했는데,
너부터 걸리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잘 견뎌줘서 고마워. 아가 :)
54일 아기,
코로나 19 확진 후기.
우리 아기가 걸렸을 때,
아직 2달도 되지 않은 아기라
해열제도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제 때 열을 못 내려줘서 재택 치료 중에 결국 열 경기까지 하게 되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바로 입원해야 하는 아직 너무 어린 생명이었지만.
바로 입원할 곳을 찾지 못해 다시 집에서 대기하는 동안 밤을 새우며 검색을 해 보아도
우리 아기 같은 케이스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맘 카페에 글을 올려 댓글들을 보며 위안과 조언을 함께 얻었던 지난 시간.
나도 확진이 되어 열이 나고 있었지만.
내 몸 가눌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확진이 된 첫날 밤.
밤새 아기 상태를 홀로 지켜보며 마음 졸인 그 30시간을 기록해 본다.
셋째 엄마였지만 무지했고 무서웠던 시간.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길 바라며.
토요일 오전.
코로나 19 증상으로 목요일 저녁부터 격리해서 다른 건물에 있던 나에게 남편이 문자를 보내왔다.
“하민이가 분유를 잘 안 먹고 보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열을 재보랬더니
37.7-38.0
하… 남편에게 자가진단키트를 해 보라고 했다.
결과는 양성.
너무나도 선명한 두 줄.
나도 해 보았다.
나도 양성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그렇게까지 염려하진 않았다.
아기들은 의외로 고열이 하루 이틀 나고 나면 깔끔하게 앓고 지나간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부랴부랴 소아과에 가서 신속항원 검사를 하고 진료를 보는데,
아기는 38.4도를 웃도는 열이 나고 있었다.
평소와 달랐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애만 고생시킨 나와는 다르게 잘 대처하길 바라며 아기가 열이 힘들다는 싸인을 보낸 것을 몇 자 적어본다.
* 고열 : 38도 이상
난 이 부분을 간과했다. 나는 셋째인 데다가 아기들이 기초 체온이 높다는 생각에 38도 이상이면 고열이라는 걸 검색도 제대로 안 해 본 무지하고 게으른 엄마였다. ㅜㅜ
1. 보챈다.
평소에 배고프고 잠 올 때 아니면 세상 순둥순둥 한 아기. 어째 보채는 것도 보채는데 찡찡 대는 소리가 다르다. 사실 애가 엄청 심하게 성질(?) 내듯 보채지 않아서 고열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 애가 많이 보채던 적게 보채던 평소 우는 소리와는 확실히 다른 ‘짜증 + 고통’의 찡찡대는 소리를 먹여도 재워도 낸다면 지금 힘들다는 신호.
2. 안 먹는다.
사실 우리 아기는 평소에도 130cc를 태우면 80cc 먹고 그다음부터는 짜증을 내면서 먹는 편이었다. 잠투정이나 대게 배에 가스가 찼을 때 그랬다. 그런 것 치고는 아픈 중에도 평소 먹는 양을 다 채워서 사실 더 인지를 못 했던 것 같다.
그냥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짜증 내는 듯한 느낌?!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짜증 내는 소리가 다르다. ‘나 힘들어.’가 섞였다. 이 부분은 엄마가 정말 잘 알 수밖에 없다.
나는 남편이 육아를 같이 많이 하는 편이라 남편이 이 정도면 보채는 것 아니라고 업어서 재우면 된다고 해서 더 헷갈렸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 엄마의 감이 맞다. 틀려도 아기가 손해 볼 건 없다. 그러니 지금 엄마가 생각하는 대로 일단 하는 것이 추 후에 후회가 없음을 기억하고, 아기가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남편이던 누구든 병원 가는 것을 싫어하고 예민하다고 눈치 주고 눈꼴사나워해도 일단 가라. 남 눈치 보면 아기도 힘들고 엄마는 더더 힘들다.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가족이라도 결국 죄책감을 포함한 책임은 엄마에게 돌아가니까.
3. 잠투정 그리고 몸부림
이 부분은 정말 확실하게 이상했다. 우리 아기는 밤에는 일단 잠들면 누워서 잘 자는 편이었다. 그런데 낮에는 몸에 붙여야 잘 잤는데, 평소 좋아하지도 않는 공갈 젖꼭지를 열심히 빨면서 누워서 잘 자는 것이었다. 물론 공갈을 놓치면 깼기에 쪽잠이었다. 아기 체온이 오를까 봐 업지도 안지도 못했다. 그나마 누워서 자네?! 하고는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공갈젖꼭지를 최고로 열심히 빨 때가 바로 열이 고열로 치솟아 열 경기를 하기 직전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에휴… 공갈 젖꼭지에 열로 인한 고통을 덜어보려 의지했던 것 같다.
[열 경기 전조 증상]
정말 미친 듯이 열이 치솟을 때 아기가 한 행동은 내가 알고 있는 열 경기의 모습이 아니어서 위험한 상황임을 늦게 알았다.
- 갑자기 자다가 눈을 위로 뒤집었다. 희번덕 희번 떡?!
- 팔다리를 휘저었다. 마치 뭐에 놀란 것처럼. 경기는 놀라서 휘저을 때와 다르게 내가 팔을 잡아도 진정이 안되고 계속 움찔거린다.
- 거품을 뽀글뽀글 낸다. 눈을 뒤집으면서 거품을 소량이라도 문다면 그건 경기일 확률이 높다.
- 눈이 한 곳으로 몰린다. 사시처럼…
나는 119에 응급의료체계의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아기 눈이 이상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지금 바로 구급차 보낼 테니 빨리 준비하라고 하셔서 그때 알았다. 응급상황이란 걸…
너무 어린 아기의 경우 경직되는 양상이나 경기하는 모습이 눈치 못 챌 어떤 모습일 수 있다.
그래서 예민하게 보고 수시로 병원이나 119에 전화를 해 보는 편이 좋다.
우리 아기의 경우에는,
눈이 중앙으로 몰리고 갑자기 목을 곧추세우고 멍하게 공중을 응시하는 시간이 5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이때, 나는 너무 정신이 없고 무서워서 못한 것이 있는데 ‘산소 포화도 측정’ 만약 이 기계가 있다면 해 보고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지 지켜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기 뇌에 산소 공급이 원활히 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입술색이 파랗게 변하거나 호흡이 곤란한 듯한 모습을 보이면 정말 위급한 상황이다.
아기가 열이 난다면,
가능하면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 좋다.
구급차가 왔지만,
경기도 멈추었고.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결국 다시 재택 치료로 대기했다.
하지만 워낙 어린 아기인지라,
한 번 더 경기하면 무조건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우리 아기는 벌써 입원해서 이런저런 검사를 다 받았을 것이다.
정부가 이런 고위험군을 위한 병상 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을 알기나 한 것인지… 정말 답답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속한 지역구 보건소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건소장이 2시간 간격으로 전화를 해 모니터링하고, 보건소 당직 의사와 119 응급의료체계 의료진들의 세심한 설명과 배려 덕에 밤을 새우며 아기를 돌보며 그나마 마음의 위안도 조금 얻기도 했었다.
100일 이 전의 아기가 열이 난다면 입원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38도가 넘는다면…
그냥 해열제(액상 타이레놀)를 먹이는 것을 추천한다.
너무 오랫동안 고열인 채로 두면,
약이 부작용을 줄까 봐 망설이다 보면.
결국 열 때문에 더 위험한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귀 체온계는 너무 아기인 경우에는 깊이 들어가지 않아서 최대 0.5도까지도 실제보다 낮게 측정될 수 있다.
100일 이전 아기가 열이 날 때,
1. 수분 보충 필수
만약 분유를 먹지 않는다면 전해질과 비슷하게 설탕을 조금 타서 물을 많이 먹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나는 아기 장기에 무리가 갈까 봐 웬만하면 분유를 먹였다.
아기가 먹는 것을 힘들어한다면, 평소 3시간 간격으로 130-150cc 먹이던 것을 1-2시간 간격으로 45-60cc호 쪼개서 먹이는 한이 있더라도 하루에 먹는 총량을 채울 수 있게 최대한 돕는 것이 탈수를 예방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만약 너무너무 안 먹는다면 입원해서 수액이라도 맞아야 한다.
2. 해열제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타이레놀)
100일 아래 아기는 타이레놀만 먹일 수 있다. 이부 브로펜, 덱시펜 모두 절대 먹이면 안 된다.
해열제는 아기가 너무 힘들어하지 않으면 안 먹여도 되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해열제가 해로울 것 같아서 아기 고열(38도 이상)을 너무 방치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단순 열 경기라도 만약 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정말 위험할 수 있다. 으… 나의 무지함이 생각이 나서 또 마음이 아프다…
3. 몸을 닦일 때는 아기가 오한이 드는지 잘 살펴야 한다. (미지근한 물 + 손)
* 손수건은 아기 살이 약해서 아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손에 물을 묻혀서 접힌 부분에 바르듯이 닦였다.
열이 난다고 무조건 시원하게 입혀서 닦이는 건 아니다. 오히려 아기가 어느 순간에는 추워져서 오한이 들 수 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고열로 가면서 열 경기를 할 수도 있다.
몸을 닦일 때는 목이나 겨드랑이와 같이 접히는 부분만 닦이고, 만약 닦이는 중에 아기가 추워하거아 놀라는 것 같으면 즉시 중단하고 방을 훈훈하게 해서 아기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옷이 축축한 채로 오래 두지 말고 너무 많이 젖은 상태라면 갈아입히는 것도 좋다.
4. 전문가에게 수시로 물어라.
119에 전화해서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면 응급 상황에 상담을 해 주는 전문가를 연결해 준다. 전문가의 도움을 수시로 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기록에 남기 때문에 급한 상황에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다.
지금은 다소 담담하게 적고 있지만,
정말 무서웠다.
밤새 한 숨도 못 자고
몇 번씩 체온을 재며
37.7도가 되면 닦이고
37.3-7 사이를 넘나드는 아기 체온에
초긴장 상태로 대기했었다.
해열제는 1.5cc씩(4.8킬로 아기, 의사 선생님이 정해 준 용량) 24시간 동안 3번 먹였다.
오후 1:00 해열제
저녁 8:10 열경련
8:40 해열제
37.3-7 유지
다음 날 오후 12:45 해열제
그리고 계속 37.1-4를 오갔다.
그리고 2일째 저녁부터 36.8-37.1
3일째부터는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이를 3명째 낳고 키우는 중이지만,
열경련은 처음이었다.
100일 아래 이렇게 아픈 것도 처음이었다.
2개월도 안된 아기라 쓸 수 있는 약도 제한적이었다.
아픈 아기를 보며,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나 자신을 보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2개월도 되기 전에 일을 하러 나가서 애를 이렇게 힘들게 하나.
멀쩡히 태어난 아기인데 나 때문에 뇌에 문제 생기면 어쩌나.
별의별 걱정을 다 했다.
격리 해제된 후에
뇌파 검사와 뇌 검사를 해야 하나 수없이 고민했지만,
소아과 선생님이 단순 열경련은 크게 위험할 것 없다며. 너무 아기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뇌에 병변이 있으면 아직 열이 유지되거나 다른 반응이 나타날 텐데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지켜보자고 하셔서 그냥 두기로 했다.
사실 대학 병원 가서 이것저것 검사를 한다고 해도 너무 어려서 수면 마취나 전신 마취를 피할 수 없을 텐데… 그게 더 무섭다…
이 부분은 엄마의 선택이니.
만약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검사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만약 짧은 간격에 여러 번 경련을 한다면, 하루 동안 2번이라도 많은 것이라도 하더라. 그렇다면 큰 병원 가서 입원해서 검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경산시 보건소장님과 당직 의사 선생님, 119 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특히 보건소 담당 분이 소아과가 없어도 아기가 위험한 것 같으면 지역구 내에 종합 병원에 그냥 밀고 들어가라고 조언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우리 아기를 걱정해 주시고,
큰 문제 안 생기게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시려 했던 것 잊지 않을게요.
다른 지역에 입원이라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하셔서 큰 힘이 되었답니다.
우리 아기는 고비를 잘 넘겼지만,
혹시 지금 아기가 아파서 이 글을 보는 엄마가 있다면.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엄마는 참 강한 사람이더라고요.
저도 한 번 더 경기했으면 병원 어디라도 밀고 들어가서 의사 선생님에게 봐 달라고 했을 거예요.
아기가 위험한 것 같으면 너무 제도에 얽매이지 말고 일단 후회 없는 최선을 선택하세요.
힘내세요.
그리고…
코로나 19 다시는 우리 아기에게 오지 않길 바랍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