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jebell Dec 26. 2023

시작의 순간

몇 번째 새로운 시작인가요? 100번도 괜찮아요.

인생에 어느 때고 버겁지 않은 적이 있었을까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힘든 삶에서 좀 벗어나 도약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릴 때가 가끔은 있다. 계획도 이것저것 세워보고 이대로만 된다면 자신이 목표한 것에 대해 성공할 것 같은 느낌도 갖게 된다. 그리고 얼마간 열심히 하다가 다시금 나타난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고는 다시 일어나기까지 처음의 계획들은 잊혀버리게 된다. 


인생이란 것은 그냥 있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뭐라고 이름 붙이느냐에 따라 나의 인생이 되거나 고통이 되는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라벨링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나간 인생에서 자신이 이름 붙인 그 인생의 순간 속에서 배울 것이, 느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시간의 흐름이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익숙하게 잘하는 사람 중에도 자기 자신과의 대화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감정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혹은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아예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다. 겉으로 드러난 제일 윗부분에 나타난 갑정에만 휘둘리면서 그것을 진짜 자신의 감정인양 착각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그 감정에만 충실한 1차원적인 삶일 수 도 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현실에서 자신이 찾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일 뿐이다.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떤 사건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에서 무언가를 진실로 원하는 것이다.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막다를 골목으로 몰렸다는 것을 알게 될 때이다. 늘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을 자각하고  그 속에서 뭔가를 간절히 바라게 될 때가 바로 그때인 것이다. 더 이상 예측가능한 삶이 아닌 위험을 감수하는 삶이 되는 것이다. 


늘 새롭게 시작하기 좋은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이 또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있음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그냥 출발선에 남아있느냐, 아니면 출발할 것이냐에 달렸다. 때로는 출발선에 서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때도 많이 있다. 그것이 의도적이든지, 아니든지 간에. 다시 12월이 되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역시 출발선에 남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후회 아닌 후회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 따라서 자신에 대한 엄청난 부정적인 감정도 잊지 않고 뒤따라 오게 된다. 이제까지 실패의 기억까지 밀려오게 되면 출발선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더 이상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는 우리 자신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빅터 프랭클


이제까지 환경을 탓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과 비전문성을 탓하며 간간히 무언가에 도전했다 실패하는 삶은 점점 더 자신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는 듯 보인다. 더 이상 상황이 나빠지기 어려워 보일 때 이제는 자신이 바뀌어야 할 차례이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자기 시야의 한계를 곧 세상의 한계로 받아들이는 착각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인생은 너무나 함정이 많아 복잡하고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불쑥 치밀어 오른다. 


늘 삶을 투쟁하는 것처럼 사는 것에 지쳐 차라리 관망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으나 그것도 실패다. 관망만 하기엔 삶이 너무나 길다. 자신이 원하는 것들은 늘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니 이젠 정말 바뀌어야 할 때인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신념'을 바꿔야 한다. 가족을 돌보는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삶에서 그것 말고도 중요한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남편이든, 아내든, 자녀이든, 각자의 삶과 인생이 있다. 그것을 누군가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야만 한다. 얽히고설킨 모든 인간관계가 사실은 모두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현재의 문제를 고민으로 해결할 수 없듯이 남의 인생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이 내 삶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잠시 귀찮게 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자신만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기서 남의 삶을 끝장내는 극단적이고도 나쁜 사람들은 제외하자. 예를 들어, 살인자나 전쟁광 독재자 같은 사람들.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서 시작을 하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던 자신의 삶을 다시 살려고 노력해 보는 것이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올해 3kg만 빼는, 완전히 빼는 그런 목표라도 시작해 보는 것이다. (사실 내 목표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는 문제들... 이른바 내 가족 같은 문제는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내 삶에 집중하는 것이다. 삶이 허락한다면 아마도 평균의 수명은 살 수 있을 것이다. 운이 나쁘면 더 오래 살게 되겠지만 그 삶에 1부와 2부는 확실히 막이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제3부의 막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있을 시간이 왔다. 자신의 깊은 곳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차원적이었던 삶이 조금은 다양한 차원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구정물 같았던 삶에서 조금은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된다는 기대도 생긴다. 어제도 우울하고 그제도 우울했던 삶이지만, 앞으로도 별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삶이지만 그래도 자신만은 자신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전히 우울할 수도 있고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시작의 출발선에서 자신을 바꿔보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삶도 결국 내 것이고 남의 삶이 아무리 화려하고 부러워도 내 삶이 될 수는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비로소 조금이나마 깨닫고 내 삶에 집중하기로 한 시작의 순간인 것이다. 

죽음이 부르기 전까지 계속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새로워질 마음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한 순간이 시작하기 좋은 바로 그 순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기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