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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Feb 10. 2024

명절은 죄가 없다.

긴 연휴가 힘들 때....

긴 연휴는 직작인들에게 꿀맛과 같은 휴식기간이다. 나도 그랬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뒹굴거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스트레스받는 직장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숨이 쉬어졌다. 더군다나 앞으로 남은 며칠의 날들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주어 한없이 게으르게 만들었다. 사실은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뭐라도 해야 나중에 지나간 시간이 아깝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다. 좀 더 알차게 쉬고 싶은 마음에 말이다. 언젠가는 여름휴가 동안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지낸 적도 있었다. 열심히 일했으니까 당연히 쉴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연휴 기간이 아니면 제대로 쉬기도 어렵지 않은가.


명절 연휴도 그랬다. 일요일과 겹친 명절 연휴는 안타깝다. 하루 더 쉴 수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도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이렇게 좋아하던 명절 연휴였는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싫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일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게 되어 버렸다. 사랑하는 가족들일진대 같이 있는 시간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불편해지는 것은 왜인 것일까? 혹시라도 잘못 내뱉는 말 한마디로 인해 불화가 생길까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데도 사달이 날 때도 있다. 


명절 연휴는 힘들다. 모두가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각자가 기대하는 가족의 모습을 서로에게 요구하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의 요구와 기대는 그들의 마음에 미처 도착하지 못하고 만다. 누구의 노력은 기대에 못 미침으로 내쳐지고 공감되지 못한 마음으로 인해 상처가 생긴다. 어째서 서로, 각자는 이토록 존중받지 못하고 명절을 지내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그저 평범한 연휴였다면 조금 나았을 끼? 


각자의 노력과 각자의 마음만이 중요할 뿐이다. 다른 사람도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저 자신의 마음과 기대, 요구가 상대방보다 먼저 받아들여지기만을 주장하는 것이다. 가정에 기여하는 기여도의 평가가 오로지 경제적인 것만이 다는 아닐진대 수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숫자만을 가지고 다른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는 사람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또 한 번 실망한 마음은 상대방에 대한 서운함으로 쌓인다. 


명절의 죄는 아닐 것이다. 다만 평소에 너무 바빠 가족들 서로에게 쌓여 있던 불만과 요구들에 대한 소통을 할 시간이 없었기에 여유가 있는 명절이 바로 그날이 된 것뿐이리라. 명절이 무슨 죄가 있으랴. 가족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여유 있고 넉넉한 다른 시간들이 주어진다면 좀 모습이 달라졌을까? 쌓아두지 않고 평소에도 오해하는 부분과 입장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아졌을까?


사실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노력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사랑은 머지않아 말라서 죽어버리게 된다. 일상에서 이미 실망하고 상처받은 마음이 명절에 부딪친 것뿐이다. 그러니 명절은 핑계일 뿐인 것이다. 찾아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인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있다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표현하여 알게 하는 것이다. 믿지 못한다고 치부하는 것은 자신이 그렇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족들에게도 예의를 다해 마음을 표현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것에 대해 서운해하지 말자. 꼭 명절에 모이고 만날 필요 없이 평소에 연락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다들 먹고살기도 바쁜 세상이다.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잊지 말자. 너무너무 속상한 명절 연휴를 지날 때마다, 나 자신이 조금씩 깎여져 나간다고 생각이 될 때마다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이 답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우선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명절은 죄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숨 쉴 구멍 같은 긴 휴가와 같을 것이며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일 것이다. 명절만 되면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문제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동조하는 사람들... 긴 휴식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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