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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8시간전

자랑과 부러움

비교는 노노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서로 가장 많이 다투게 되는 원인이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자식자랑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내 자식이 너무 이쁘고 자랑스러운 나머지 나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신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또는 이렇게 잘난 자식을 둔 자신을 좀 부러워하길 바라는 마음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 부모들과 나이는 사실 크게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녀가 특별하다는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알림으로써 인정받고 부러움을 받는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로 인해 자신의 힘들었던 인생이 보상받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마침내 그 누구보다도 성공한 인생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엄마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정말 절친한 동창들과 여행을 가셨더랍니다. 가끔 그분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언제나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 이야기하시면서도 곧잘 다니시길래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이라 괜찮은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행 후 전화를 통해 심기가 많이 불편하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은 못 다니실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 원인이 바로 잘난 자식들 자랑, 손주들 자랑임을 이내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알고 있는 오래된 엄마의 친구분들은 사실 성품이 다들 모난 구석이 없으신 좋은 분들입니다. 오래 알아온 만큼 서로의 어릴 적 모습과 살아온 굴곡들을 지켜봐 온, 그러면서도 이제까지 주변의 한분, 한분 돌아가심에도 아직까지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찐친이라 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친구분들이 자신들의 자식이 얼마나 열심히 잘 살고 있는지, 손주들은 또 얼마나 착하고 공부를 잘하는지 자랑 아닌 자랑을 엄마에게 하신 것입니다.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황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의 오래된 친구분들은 엄마의 말처럼 들으라고, 자신을 부러워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크게 자랑을 늘어놓으신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엄마의 연배의 분들에게 있어 새로울 것 없는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대화거리는 아마 자녀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자녀들의 이야기 속에서 잘난 부분이나 속상한 부분은 정말 풍부한 화젯거리가 되어 대화를 이어가게 되기 마련인 것입니다. 이를테면 사위나 며느리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씹고 뜯기 좋은 주제겠지요. 아들과 딸의 잘난 점을 자랑하기에도 좋고요. 그런데 엄마에게 있어서 나란 자녀는 참으로 아픈 손가락과 같은 것이라 자랑할 것도 딱히 없을뿐더러 따로 언급하고 싶은 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마음이 상해서 속상해하신 것이겠지요. 


서울에서 계속 일할 수 있었음에도 지방에 내려가 불편함(엄마가 보시기에)을 겪으며 결혼생활을 하는 것도 불만인데 손주마저 아픈 아이라 딸의 인생이 사라져 버린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딸은 아픈 손주 돌보느라 하고 싶은 일들을 하지 못하고 있고 사위는 혼자 일하느라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식의 생활은 자랑은커녕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엄마의 아픔일 수도 있겠습니다. 


누군가의 자랑을 들었을 때 진심으로 잘되었다 공감해 주기 힘든 이유는 자신의 처지와 비교가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처지란 것이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라 누군가의 자랑과 나란히 마주하게 됩니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문제에만 집중하여 상대방의 자랑을 깎아내리지 않고 순수하게 기뻐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상처가 되지 않음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엄마처럼 나의 어렵고 힘든 상황이 더 크게 다가와 속이 상한 경우라면 자랑하는 사람이 꼴 보기 싫은 것은 당연하겠지요. 자신의 아픔을 후벼 판 나쁜 사람이란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은 삶을 살아가면서 정말 다양한 형태의 감정을 마주하고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중에 질투나 부러움과 같은 감정도 만나게 되는데 이 감정은 지인만이 아닌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들에게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누군가 누리고 있을 때, 더 많은 것을 가졌거나 높은 가능성을 지닌 사람을 보게 되면 열등감을 가지게 되거나 혹은 부러움이 지나친 나머지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에는 또한 부끄러움을 느껴 안 그런 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더욱 속이 쓰리고 아픈 것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자녀, 자식에 대한 자랑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좀 더 신중해야만 하는 그 어떤 약점과도 같습니다. 자녀와 부모의 동일시로 인해 더욱 그렇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자녀의 인생이 힘든 것이 꼭 자신의 잘못처럼 느껴지고 생각되기에 자녀가 누구보다 못하다고 비교되거나 판단받게 되면 참을 수가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자녀가 잘 살고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삶을 살게 되면 마치 자신이 그런 것인 마냥 생각되게 됩니다. 


사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일이 전혀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재능과 부, 좋은 인품, 환경 등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그만큼 일반적인 사람들이 지니기가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노력한다고 채워질 부분이라면 노력하면 되고 노력으로도 불가능한 부분이라면 포기하는 것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방법일 것입니다. 부러움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흘려보내면 됩니다. 누군가의 성공이 내 불행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의 자녀의 인생이 내 것이 아니듯이 그들의 성공은 그들의 몫인 것입니다. 


부모의 자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삶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면 특별히 자랑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부모님들께서 제발 알아서 잘 살고 있는 자녀 때문에 싸우시는 일이 없도록 사실 그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임을 아시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젊은 부모들 역시 자녀의 삶과 자신의 삶을 분리하여 노년이 좀 더 잘 준비된 삶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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