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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비교 지옥

by zejebell

가끔 현재의 삶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정신없는 생활의 연속선상에서 문득 멈춰서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현타가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열심히 뭔가는 하고 있는데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리는 시간들 속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올 때입니다. 그럴 때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남들과의 비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지, 얼마를 버는지, 어떤 집에 사는지, 자녀들은 어떠한지.... 등등 그냥 눈에 들어오는 대로 비교하게 됩니다.


남들처럼 이란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일까요? 어렸을 때 저는 특별함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하고 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으로 그냥 남들처럼,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을 원했고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삶에 있어서 남들처럼 이란 것이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비슷하게 결혼하고 비슷한 아파트에 살고 비슷한 소득으로 비슷한 시기에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이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의 이야기이고 사실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저마다 버릴 수 없는 자신만의 짐을 짊어지고 삶의 여정을 걸어가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면 남들처럼 이란 사실 쉽게 비교하기 어려운 문제란 것을 알게 됩니다. 사실 어쩌면 자신의 고난과 역경은 자신을 보다 특별하게 구분 지어주는, 남들과는 다르게 보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보면 다들 고만고만하게,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가까이서 바라보게 되면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것입니다.


남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똑같아 보이는 것은 싫지만 또 너무 뒤처져 보이는 것 역시 싫습니다. 인생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인을 누군가로부터 받고 싶어 합니다. 사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클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의 모습이 비교를 통해서 남들보다 더 좋은 선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남들처럼만이라고 말은 하지만 남들보다 앞서나가고 싶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알게 모르게 비교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나는 남들과 다를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만의 개성과 특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다른 사람들이 다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누군가 하고 있는 무언가를 자신이 하지 않고 있다면 불안을 느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남들보다 한 발작 앞서가고 있다 느끼면 우쭐함을 느끼기도 하고 모자라다 생각이 들면 불안해 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이제 점점 무언가를 도전하였다가 실패하는 것이 괜찮을 시간이 줄어들어가는 것 같아 초조함, 불안함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취미나 그런 부분이 아닌, 가족의 경제나 자신의 커리어 등에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그러나 반대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무엇을 할 때 잘할 수 있는지 젊었을 때보다 분명히 알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누구나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길 꿈꿉니다. 다만 열심히 힘내서 잘 생활하다가도 문득 주변을 둘러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흔들리지 않으면 됩니다. 혹, 흔들리더라도 다시 제자리, 자신이 가고자 했던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됩니다.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으며 두려움에 떨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저 남들과 비교하는, 혹은 남들을 부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사실 저는 SNS도 하지 않고 연락처에도 업무와 관련된 부분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 말고는 몇 없습니다. 세상에서 뒤떨어졌다는 말을 들어도 그 말이 사실이기에 맞다고 하고 맙니다. 어느 순간 남들의 삶이 부러움을 넘어서 나는 무엇이 부족해 이러고 사는지에 대한 원망이 솟구쳐 오름을 느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어 대부분 삭제하고 없앴습니다.


저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사람입니다. 제 삶의 조건들은 여러 면에서 남들처럼 이란 말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예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음속 비교를 끊고 나서 남들처럼 안 살아도 나름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한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순간도 넘기고 나니 그때 좀 더 행복할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제가 그걸 몰라 마냥 불행해했었음이 이제야 보입니다.


지금 이 불안한 시간도 나중에 돌아보게 되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잘 살아가고 있는지는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누군가의 인정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잘 살고 있는지 어떤지를 꼭 지금 확인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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