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입장
과거에 어마어마한 직장생활을 한-물론 내 경험에만 한정된 지극히 주관적인- 저는 이번에 취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급여를 많이 받는 것보다는 정말 인간관계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조금 받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그런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고작 몇 개월이 지난 것뿐이라 아직까지 이번 직장이 저번 직장에 비해 좋고 나쁘고를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언제나 세상 이치가 그렇듯이 무조건 좋거나 나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먼저 이 나이에 이쪽 분야에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가능성을 보고 뽑아준 경영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일 제가 너무 호구 같아서 자신의 요구를 잘 들어줄 것 같아 뽑았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일단 그 누구도 주지 않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저에게 준 것이니까요. 말도 안 되고 지 같은 직장이라 할지라도 제가 1년을 이곳에서 버티게 되면 저는 1년이란 경력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저에게 있어 이번 직장은 그렇게 최악의 직장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세한 사업체이기 때문에 내 분야가 아니어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있고 한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도 많으며 급여는 최저시급입니다. 사람들 간에 업무 조정이나 관리, 때로는 하소연도 시간 내어 들어주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에게 있어 이 정도의 스트레스는 전과 비교한다면 그래도 견딜만한, 괜찮은 수준이라 판단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요... 물론 업무에 있어 어디에서 펑크가 날지도 몰라 늘 전전긍긍하는 면이 있지만 그것은 어떤 직장에서든 경력을 충분히 쌓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니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제대로 차근차근 잘 배우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저에게 있어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되는 직장이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지옥과도 같은, 바로 탈출각을 세워야만 하는 그런 직장이기도 합니다. 저의 사수처럼 말입니다. 제 눈에는 일을 정말 잘하면서도 성실하고 착하기까지 한 그 직원은 근래 보기 드문, 사실 사업체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인재처럼 보였습니다. 제 눈에도 보이는 것이 당연히 경영자에게도 보였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붙잡으려고 했지만 가장 중요한 연봉-이라 말하고 실제로는 시급인-에서 양보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의 이별을 결정하고 한동안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그래도 손발 맞춰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제가 양보하고 더 일해도 그것을 알아주는 사수와 함께 조금은 긴 시간 일할 수 있는 행운이 저에게 너무 짧게 왔다간 것 같아 솔직히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은 제 직장에 대한 로망은 로망으로 끝나는 것인지 아닌지는 다음 직원이 와야 알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두는 직원은 저에게 이런 안 좋은 직장에서 썩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또한 너무 몸 바쳐 일하지 말 것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에게 나쁘지만은 않은, 솔직히 시급 말고는 견딜만한 이 일자리에 있어서 꽤 마음 편히 일하고 있었기에 갑자기 떠나면서 하는 그 사람의 진심과 같은 말은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저에게 있어서 괜찮은 환경인 이 일자리가 안 좋은 곳인지, 제가 둔해서 잘 견디고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수준이 다릅니다. 또한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적인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직장의 어떤 사실이나 기준이 거기에 속한 모든 직원에게 객관적인 사실로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각자의 사정에 맞춰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알아야 다른 사람들의 의견, 판단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사실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들이 개개인에게 주는 타격감은 다 다를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 나쁘다고 하는 것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오롯이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나중에 그때 그 사람의 말을 들었던 것을 아무리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잊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리고 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비슷한 선택을 하고 다시 후회를 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처한 현실과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 직장생활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등은 다 다릅니다. 그러니 자신의 시선이 다른 사람들-대부분이라고 생각되는-의 생각이나 행동에 가 있다면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낮을 것입니다. 똑같은 직장생활이라 할지라도 자신과 다른 직원이 가지고 있는 사실에 대한 인식, 경험, 관점에 따라 객관적이라는 부분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나쁘다는 것, 좋다는 것에는 물론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에게도 매번 맞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자신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참고 사항이 될 뿐입니다. 저의 경우 지옥 같은 과거의 직장생활과 비교해 보았을 때 현재의 직장이 조금 더 편하다는-견딜만하다는- 주관적인 판단은 다른 직원들이 객관적으로 별로라 되는대로 탈출하라는 객관적인 의견들에 반합니다.
칼퇴근-야근 NO-과 점심회식, 가끔은 일을 빨리 끝내고 조금 일찍 퇴근할 수도 있고 연차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은 남들에게는 큰 조건이 아닐 수도 있으나 아이가 있는 제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환경일 수 있는 것입니다. 때때로 자신의 의견을 뒤로하고 남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때도 있지만 자신의 형편에 따라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분위기 또는 여론에 휩쓸리기보다는 냉정하게 자신의 현실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조금이라도 후회할 일들이 적어질 것입니다. 시선이 남에게 향해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평생을 남들의 시선과 현실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착각하고 그 속에 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 자신의 현실을 자각하고 상황에 알맞은 현명한 태도를 지니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직장생활은 늘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발생하는 문제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할 방법을 찾을 것인지 아닌지 이 역시 자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