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폭이 넓지 않을 때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될 때, 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면 그 조직, 그룹 내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장점들을 어필하며 자신감 있거나, 혹은 조심스럽고 신중하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이미지 등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합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함께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게 됩니다.
요즘처럼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시대에서 원하는 대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보다 유리한 위치를 조직에서 차지하는 것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자신이 앞으로도 계속 처음과 같은 그런 이미지를 유지해 나가는 일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실제 모습이나 성품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된다면 사실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혹은 더 유리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그 부분을 확대해 이미지로 만드는 것 정도는 괜찮을 수 있습니다. 자신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집중하여 스스로의 이미지를 잘 만들어 나갑니다. 그러나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장점이 있음에도),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 자신의 위치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 조직에 있어서 자신의 포지션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가장 흔하게 취할 수 있는 모습은 바로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신은 이 조직에 절대 해악을 끼칠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보여주고 자신이 받아들여지길 기다립니다. 좋은 사람 이미지 전략은 가장 흔하며 쉽게 취할 수 있는 것이지만 위험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쉬운 사람이란 생각을 갖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곳의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이라면 자신도 좋은 사람이란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쉬운 사람으로서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좋은 사람이란 위치를 조직 내에서 잡아가려는 사람들은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 그 이유일 것이고 또한 새로운 조직에 잘 적응하여 정말 잘 버텨보고 싶은 절실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마음을 너무 드러내 보이게 되면 그것을 애쓰는 모습으로 봐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불행히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처음이기에 취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좋은 사람에 대한 위치 선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쉽지만 위험한 이러한 선택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할 것입니다. 때로 친절하게 행동하는 것,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부분을 어필하는 것이 사실은 그다지 나쁜 선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약자의 위치로 놓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에서 혼자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동료가 되어줄 수만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결과이겠지만 사람은 정말 다른 존재들이고 서로의 표현 방법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너무 많습니다. 선호하는 부분들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달라 사람들 간에 잘 맞는 사람들과 안 맞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안 맞는 사람들과도 함께 일해야만 하는 직장에서의 관계들이 어려운 것입니다.
얼마 전 새로운 동료가 왔습니다. 아직 어떻다고 판단을 내릴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보이고 일도 빨리 배우는 편입니다. 그분은 저와는 다른 결을 가진 사람으로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일적으로 맞춰갈 수 있을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동료는 새로운 조직에 와서 좋은 사람의 포지션을 잡지는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좋은 사람의 위치를 잡은 건 저 같습니다. 그 동료가, 제가 서로에게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있길 바랍니다. 친절함이 약함으로 비치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배려임을 알만큼 서로가 성숙한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